[사설] 외규장각 도서 ‘대여 기간’ 못박지 말라
입력 2010-10-28 17:42
1866년 병인양요 때 빼앗아 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놓고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결론을 내린다는 합의에 이르렀으나 반환의 형식을 놓고 여러 논의가 진행중이다. 실무협상 중이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포기해서는 안 될 두 가지 원칙을 지적해 둔다.
먼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는 불법성이 명백한 만큼 ‘반환’이 원칙이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선대의 장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니 조건 없이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반환이 국내법의 문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 고려를 요청한다면 최후의 조건으로 ‘영구 대여’까지 생각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빌려오는 것이지만 반환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명분과 실리에서 윈윈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않고 ‘5년 단위 갱신 대여’니 하는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반환하는 대신 비슷한 가치를 지닌 다른 문화재를 받아내는 ‘상호 대여’ 입장에서 방향을 튼 것은 이처럼 대여 계약기간을 한정하는 조건부 대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실질적으로 점유를 해도 5년마다 갱신 계약을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굴욕일 뿐더러 공연히 분쟁의 소지만 만든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앞으로 반환받아야 하는 문화재가 많다는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에 합법적인 거래가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빼돌린 문화재도 많다. 따라서 외규장각 도서는 앞으로 이어질 반환 협상에 중요한 선례가 된다. 현재 일본 정부가 반환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궁내청 도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든 돌려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한국 국민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대통령이 약속한 ‘상호 교류와 대여’ 원칙이 파기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기회에 결단을 내려 17년간 쌓인 불신을 씻고 진정한 우방으로 양국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