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눈앞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입력 2010-10-28 20:55


다음 달 11∼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 기대는 단순히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기도의 지원을 넘어 한국을 비롯한 G20이 공의와 정의로 다스리는 나라(대하 9:8)가 되고, 거룩한 백성으로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역할(출 19:6)을 위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는 곧 구약의 이스라엘에 주어졌던 ‘제사장 나라’의 사명이다. 제사장 나라의 사명은 모든 민족의 구원이다. 정상회의는 선교적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G20 정상회의에 교회와 성도들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마음 된 교계=두 말 할 것 없이 기독교인은 정상회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특히 이틀간 다뤄지는 의제들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의 기준에 입각해 진행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나의 유익을 위한 기도가 아닌 타자를 위한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인다. 복음이 예배당 안뿐 아니라 예배당 밖에서도 적용된다고 볼 때 국가와 사회를 위한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책무다.

교회언론회는 27일 논평을 내고 “교계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적극적 협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이번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셨다 생각하고 모범 시민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예부터 손님들이 찾아오면 마당을 쓸고 집안을 청소해 깨끗한 환경에서 맞이하는 전통이 있다”며 “기독교인들도 이 같은 모습으로 정상들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기관도 성공 개최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김운태 총무는 “현재 한기총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는 ‘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이번 정상회의가 국위 선양과 세계 평화, 경제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이번 주 G20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같은 입장이다. 전병호 회장은 “기왕에 큰 행사를 치르게 되었으니 성공적으로 잘 치러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다만 정상회의가 그들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 되며 가난한 나라와 백성을 향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사장 나라를 위해=구약의 이스라엘은 요동치던 국제무대의 한가운데서 여러 민족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했다. 정치적 관계는 하나님의 선택 목적과도 관련이 깊다. 구약의 상당 부분이 민족 이스라엘에 초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 민족을 넘어 다른 민족에도 포함된다.

창세기 10장에 등장하는 민족 목록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브라함을 자신들만의 배타적 조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른 사건을 세계사의 맥락에서 보게 한다. 아브라함은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기 때문이다(창 17:4∼6). 하나님의 의도는 아브라함이 단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땅의 모든 족속’을 위한 축복이 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열국의 제사장 나라로서 그 축복의 통로 역할이 임무였다.

G20 정상회의와 제사장 나라를 직접 대입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세계사 속에 개입하시고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구속사를 진행한다고 볼 때 G20 정상회의가 성경적으로 무관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성경통독원 조병호 목사는 “제국과 제사장 나라의 관점으로 정상회의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경에서 개인과 가문 단위도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이를 담아내는 국가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하나님은 그의 뜻을 이루는 그릇으로 국가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성경은 제사장 나라와 제국을 구분한다”면서 “제국은 여러 민족과 관계를 맺되 상하와 종속 관계라면 제사장 나라는 한 민족을 국가 경영의 본체로 선택해 여러 민족의 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모세 율법과 레위기를 통해 제사장 나라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규정했다. 다윗은 이 기준에 입각해 타 민족을 침략하지 않았고 경제를 지켰고 제사장 나라의 소임에 충실했다. 조 목사는 “21세기에도 예외 없이 하나님의 세계 경영은 계속 된다”며 “교회와 신자들은 G20 국가들이 얼마나 제사장 나라의 본질적 사명을 회의의 어젠다로 삼느냐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G20 정상회의는 신흥경제국을 포함한 20개 국가들이 모인 국제경제협력 논의체제다. 성경적 관점에서 이들 국가가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당하는 전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해결책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장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상회의가 경제적 고통을 당하는 가난한 국가들에 희망을 전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은 각국 정상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G20 정상회의에 한국이 의장국이 됐다는 것은 국가 브랜드 가치가 선진경제국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과 함께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 중심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기독교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 25일 폐막된 3차 로잔대회는 한국의 선교적 위상을 참가한 198개국에 각인시켰다.

정상회의에는 이른바 미전도지역 국가에서도 대거 참가한다. 일본을 비롯해 터키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세계 선교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복음이 전해지도록 기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강승삼 대표회장은 “G20 가운데는 브라질이나 인도 등 이른바 신흥 선교강국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 국가와의 연합과 협력 등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11∼12일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서울 전역에서 승용차 2부제(홀짝수 운행)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28일 “G20 정상회의를 볼모로 삼는 정쟁이나 국론분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기독교인들부터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승용차 2부제에 적극 참여해 자랑스러운 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회장은 “G20 정상회의 개최가 국가 브랜드 가치와 국격 상승,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독교인들부터 솔선수범해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작은 일이라도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