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직무대행' 놓고 또 갈등
입력 2010-10-28 00:42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사퇴로 방향을 잡으면서 얽힌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사태 수습을 할 ‘구심점’으로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일부 재일교포 주주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측이 중립적 외부인사를 직무대행으로 뽑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변수다. 이사회가 누구를 직무대행으로 뽑을지 합의하지 못하면 라 회장 사퇴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직무대행 체제 급물살 타나=라 회장이 지난 25일 귀국 후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이나 27일 그룹의 7개 계열사 사장단 CEO 미팅에 참석한 것은 ‘주변 정리’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다는 것을 전제로 보면 오늘(27일) CEO 미팅이 계열사 사장들과 만나는 마지막 공식 모임이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모임에 참석해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변수는 직무대행을 내부인사로 하느냐, 외부인사로 하느냐다. 신 사장이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대표이사 회장인 라 회장이 사퇴하면 대표이사 자리 2개가 모두 빈다.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를 꾸리려면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선임해야 한다. 적임자로 류 이사가 꼽히는 이유다. 류 이사는 옛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행장, 은행연합회장 등을 거친 데다 오랫동안 신한금융 사외이사와 비상근 사내이사를 맡았다. 신한금융 내부는 물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러나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류 이사를 반대하고 있다. 신 사장 측도 중립적인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사태 수습을 요구해 왔다.
외부인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할 경우 등기이사 신분이 아닌 탓에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집행임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종 계약과 법적 소송 등에 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대표이사가 아닌 회장 직무대행 제체로는 조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상시 이사회 체제로 간다면 외부인사를 직무대행으로 앉히는 것도 가능하지만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라는 이사회 의결체계 때문에 신속한 사태 수습, 후계구도 정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신 사장이 류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세우는 데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사회에서 무난하게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라응찬’ 구도는…=직무대행 체제가 꾸려지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후계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등기이사 선임은 주총에서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외부인사와 내부인사를 조합한 후계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인사 출신의 회장, 내부 출신 사장·은행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신한금융 내부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정부도 관치 논란이 부담이다.
회장 후보군으로는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류 이사,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장·은행장에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명단은 의미 없는 잠재적 후보군 정도”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