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한화 비자금 수사가속, 정·관계유입까지 파헤칠까

입력 2010-10-28 00:33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가 함께 진행하는 태광그룹과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가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잇따른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비자금의 출처, 성격, 규모 등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가속 붙은 쌍끌이 수사=한화그룹 김승연(58) 회장이 한화증권 차명계좌를 통해 오랜 기간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몰래 운용했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은 4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까지 맡으면서 한화그룹 수사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양상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27일 한화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새로운 단서를 포착하고 서울 장교동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 홍원기(59) 대표는 2002년 부실상태였던 한화기계 대표로 부임한 뒤 회사를 되살려 김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소환한 이용호(56) 한화증권 대표는 김 회장의 50여개 차명계좌를 관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 소환은 검찰이 차명계좌의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사용처 수사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한화 비자금과 관련해 조성 경위, 성격, 규모까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광 비자금 수사 역시 클라이맥스로 향해가고 있다. 검찰은 최양천(61) 전 태광관광개발 대표를 불러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 일가의 차명 부동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 태광컨트리클럽 일대 부동산을 최 전 대표가 자신의 명의로 관리했는지 추궁했다. 검찰은 이 회장 최측근인 박명석(61) 대한화섬 대표도 재소환했으며 이르면 다음주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 확대 가능할까=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두 그룹 오너에게는 조세포탈과 배임 등 가벼운 혐의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당사자들을 압박해 수사협조를 받아내기는 힘들다.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는 제보가 없는 한 대부분 당사자의 자백 등 수사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검찰에 소환된 두 그룹 관계자들은 모두 ‘선대 회장이 물려준 미신고 유산’이라는 진술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확대 여부는 검찰이 이들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단서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