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온에어’, 서비스 정신만큼 흐릿한 화질

입력 2010-10-27 10:43


공영방송 KBS와 MBC가 수년째 인터넷 실시간 방송(온에어 서비스)의 화질을 개선하지 않아 시청자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3700만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전송 기반)인 인터넷에서는 KBS와 MBC에 대한 시청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두 방송사는 지역과 플랫폼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도달돼야 하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방송의 화질은 단위마다 처리하는 비트의 수인 비트레이트(bitrate)가 결정한다. 비트레이트가 클수록 화질이 선명하고 방송이 끊기지 않는다.

지난 5월 네트워크를 확충한 SBS가 3사 중에 가장 좋은 화질을 자랑한다. SBS의 비트레이트는 1Mb로 MBC의 10배다. 네트워크 역량을 나타내는 동시 접속자 수도 최대 8만∼9만명에 이른다. 또한 SBS의 실시간 방송은 지상파 방송 채널 외에도 SBS스포츠, SBS플러스 등 계열사 채널 5개와 라디오 채널도 제공한다.

반면 KBS와 MBC는 인터넷에서 계열사 방송 채널은 볼 수 없다. 지상파 방송(KBS 1·2TV와 MBC)은 화질도 나쁘고 버퍼링도 심하다. KBS는 비트레이트가 128Kb, MBC는 100Kb다. 100Kb의 경우, 화면 색상은 흐릿하고 형태가 뭉개져 시각적 만족도가 굉장히 떨어진다(사진).

두 방송사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품질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비용 문제로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와 인코더 등 인터넷 방송에 필요한 기반을 확충하는 데는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KBSi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도 중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현재 수신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등 회사의 재무구조가 안 좋다. 인터넷 방송에 투자할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MBC 기술부 관계자는 “현재 본사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정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BS는 인터넷 방송의 광고 형태를 다양화 해, 네트워크 구축에 든 투자비용을 보전하고도 5배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방지현 SBS 콘텐츠허브 서비스운영팀 차장은 “수년째 인터넷 실시간 방송은 엉망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 시청자가 적지만, 인터넷 방송 화질이 개선되면 시청자도 늘면서 자연스레 인터넷에도 광고 시장이 형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와 공익법인 MBC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상기해야 한다. 수익성이 없다고 국민의 70%가 넘게 사용하는 인터넷으로는 안 보느니 못한 수준의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