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검토” 발표 몇시간만에 뒤집어 진통 노출… 부자 감세 ‘與-與’ ‘당-청’ 갈등 소지
입력 2010-10-27 21:45
한나라당은 27일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부자 감세’ 철회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당내에서부터 찬반이 분분한 데다 소득세·법인세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청와대 등 정부와 당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전에 “부자 감세 철회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던 배은희 대변인은 오후 “부자 감세 철회가 확정된 게 아니다. 안상수 대표가 감세 철회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안 대표가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에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보고서가 나오면 검토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진행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배 대변인에게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자 감세 재검토를 제안했던 정두언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의원은 “정 최고위원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안 대표가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정책위 부의장은 “정 최고위원이 얘기한 부분은 소득세 부분만이었고 법인세 부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진행 과정은 배 대변인의 오후 브리핑 내용 그대로”라며 “소득세와 법인세를 구분해서 얘기한 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검토 자체를 반대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나성린 의원은 “소득세의 경우 서민·중산층은 2% 인하해줬지만 최상류층은 안 해줬고 법인세도 중소기업은 다 해주고 대기업은 절반만 해줬다”며 “전 계층을 다해주면서 부자만 안 해주고 있는데 이게 왜 부자 감세냐”라고 반문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최고세율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선 다소 입장 차이가 있지만 당내 기재위 의원들 사이엔 현 세율이 2011년 소득분까지 적용되는 만큼 그때쯤 정부와 조율해 최종 결정을 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청와대가 의견을 피력하면 당 정책위가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청와대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여당의 부자 감세 철회 검토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가 오후 들어 한나라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하자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국가의 세제정책을 놓고 하루에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는 것은 도무지 집권 여당의 모습으로 볼 수가 없다”며 “친재벌·친부자 정당임을 커밍아웃하라”고 비난했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