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5년 반만에 최고치 경신 日 외환시장 개입설 솔솔… ‘환율 갈등’ 불씨 되살아나나
입력 2010-10-27 18:01
미국과 일본의 행보가 G20 회의의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무차별적으로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 완화 조치로 환율 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빼낸 칼을 거둘 조짐이 없어 보인다. 계속되는 엔화 강세에 일본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요 변수이다.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따라 자칫 봉합된 환율 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추가 달러 공급이 어느 정도이냐다. 미국은 경주회의 후 “무역 불균형에 제동을 걸었다”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지만 환율 전쟁을 촉발했다는 지탄을 받는 양적 완화를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 조치가 다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 부양을 위해 2조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미국은 “기축통화국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한다”는 경주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셈이다. 이 경우 일본과 중국의 시장개입을 부채질할 소지가 크다. 다만 양적 완화 조치가 전보다 축소될 경우 혼란은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은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겠다”는 경주회의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시장개입 태세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엔화가 80.40엔까지 급등해 1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필요할 경우 시장에서 단호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 대책으로 우리의 수출입은행 격인 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한 외화융자 확대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의 우회적인 달러매입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의 시장 개입 시사 후 일부 신흥개도국도 독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27일 해외 자금 유입으로 싱가포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링깃화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G20회의의 성공에만 신경 쓴 나머지 각국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선언문에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이번 경주회의는 환율 전쟁을 야기한 미국의 적자 부분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개도국에만 불균형 해소를 요구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 등은 “환율 전쟁이 종식됐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선언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