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실력≠취업·임금상승… 대졸자 790명 대상 분석한 논문서 “별 도움 안된다”
입력 2010-10-27 18:27
토익시험 응시 여부와 성적이 대졸자의 취업과 임금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 경제학과 김진영 교수와 고려대 경제학과 최형재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정책연구’ 가을호에 실린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영어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교수 등은 ‘2007년 한국노동패널 자료’ 가운데 1998∼2006년에 졸업한 대졸자 790명의 조사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졸업 후 1년 이내 취업률은 토익시험 응시자 129명은 47.7%, 나머지 비응시자는 48.4%로 큰 차이가 없었다. 2년 내 취업률도 응시자 60.2%, 비응시자 60.4%였다.
김 교수 등은 토익시험 응시자가 비응시자에 비해 수능 성적, 부모 학력과 가구소득 등 개인·가구적 특성이 노동시장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반영해 재분석했다. 순수한 영어시험 변수만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개인·가구적 특성의 효과를 차감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조사 대상자의 실제 취업률과는 다르다. 실제 1년 내 단순취업률은 응시자와 비응시자가 각각 46%와 41%였다.
대학졸업 후 1년 이내에 취업한 경우 토익시험 응시자의 첫 직장 초임은 비응시자에 비해 약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익 성적이 100점 올라갈 경우 월평균 임금이 약 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개인 및 부모의 특성을 반영해 분석할 경우 토익시험과 임금상승 간 상관관계도 무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런 특성을 반영한 표본을 대상으로 할 경우 토익시험 응시자와 비응시자 간 임금 격차는 9%로 낮아져 통계적 유의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최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영어가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영어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개인이나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