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의 대재앙 한 마을주민 절반이 사라졌다… 쑥대밭 된 인도네시아 구조작업 난항
입력 2010-10-27 21:47
쓰나미와 화산 폭발이라는 두 개의 폭탄을 맞은 인도네시아에선 27일 ‘제2의 칠레 광부’ 기적을 바라는 생존자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쓰나미 지역은 오지인 데다 화산 폭발 지역에선 2차 폭발 우려로 수색 및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급거 귀국했다.
◇마을 형체 없애버린 쓰나미=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수마트라 섬 서부 믄타와이 제도 파가이 슬라탄 섬의 경우 높이 3m의 파도가 내륙 600m까지 밀려들어 10여개 마을의 수백채 가옥을 휩쓸었다.
또 최대 피해지역인 사우스파가이 섬의 경우 대나무로 만들어진 해안 가옥의 80%가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다고 한다. 지역 수산청 관계자는 “200명이 살았던 베투몽가라는 마을에서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곳곳에서 주민들이 울부짖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지역 인근 바다는 부서진 건물 잔해와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또 매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시신들이 섬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270여명, 실종자는 4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교민 3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아직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폭우로 구조 인력을 파견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당국은 헬리콥터 등을 급파해 수색·구조 인력을 수송했다. 의약품과 식품을 실은 해군 선박도 피해 지역으로 향했다. 생존한 현지 어부들도 보트를 타고 나와 시신 수색 작업에 동참했다. 일부 지역에는 임시 텐트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 지역은 평소 10시간 동안 배를 타고 접근해야 하는 오지여서 수색·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통신 시설마저 좋지 않아 피해 상황 집계에도 애를 먹고 있다.
◇화산 지역 2만9000명 긴급 대피=인도네시아 당국은 화산 반경 16㎞ 이내 주민 2만9000명을 안전한 곳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중부 자바 주와 욕야카르타 주에 걸쳐 있는 므라피 화산(해발 2914m)이 2차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화산 감시당국 관계자는 “화산 내 압력이 서서히 낮아지길 바라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근래 몇 년간 보지 못한 거대한 분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소한 30여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이번 화산 폭발은 주민들의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산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6일 맑은 날씨를 보이자 화산이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대피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해질 무렵 화산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화산 폭발 직전 산의 분노를 달래는 의식을 진행하던 므라피 화산의 수호자 마르잔(85)씨와 취재하던 현지 언론인도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병원에선 급성천식 증세와 유사한 호흡곤란과 뜨거운 화산 수증기에 화상을 입은 주민 수십 명이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수색·구조 작업이 시작됐지만 화산 인근 지역의 지세가 워낙 험악한 데다 도로마저 파괴돼 피해지역 접근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귀국 뒤 곧바로 쓰나미 발생 인근 지역인 웨스트 수마트라 주의 파당 지역으로 이동했다. 유년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미국의 지원을 약속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