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추기는 인도 빈민금융 대출… 주 정부 추심 금지에 돈줄 막혀 금융산업 마비 위기

입력 2010-10-27 21:07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의 농촌에 살고 있는 보루가다 수다(27·여)는 지난 12일 마을 우물에 뛰어들었다.

6개월 전 남편을 잃은 수다는 출산을 위해 빈민대출기관인 마이크로파이낸스 사무소(MFI)에서 1만5000루피(약 38만원)를 빌렸다. 수다가 아이를 낳은 뒤 2개월 동안 돈을 갚지 못하자, MFI 직원들이 그를 납치 감금했다. 친척이 대신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써준 뒤에야 풀려난 수다는 그 충격으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그녀를 구출했다.

MFI는 가난한 이들의 자립을 위해 낮은 금리로 소액을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의 인도식 명칭이다.

◇고리대금업이 된 빈민금융=수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MFI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가 최근 보도했다.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한 인도 농업개발국은 지난 45일간 MFI에서 대출 상환을 독촉 받다 자살한 사례가 30건이 넘는다고 20일 발표했다.

농업개발국의 수자타 샤르마 감독관은 “MFI들이 보증보험의 허점을 노리고 대출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보험금으로 빚을 갚도록 채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 마이크로파이낸싱은 매년 70%씩 급성장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와 고리대금업자들이 대거 MFI를 설립했다. 이들은 신용카드 대출보다 높은 연간 35∼48%의 이자를 받아 챙겼다. 돈을 갚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MFI의 돈을 빌려 막도록 강요했고, 부채 규모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늘어나면 아예 목숨을 끊어서 빚을 갚도록 채근한 것이다.

MFI로 인한 자살은 특히 안드라프라데시에 집중됐다. 농촌 지역으로 빈민이 집중된 이곳은 전체 MFI 대출의 30%를 차지한다.

◇농촌경제-금융산업 위기= 안드라프라데시 주 정부는 결국 이달 초 시중은행의 자금지원과 MFI의 추심을 금지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다른 지역도 MFI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주 27억 달러를 지원해온 시중은행의 돈줄이 막히자 MFI 영업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인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농촌 지역에 MFI 규제 움직임으로 심각한 신용경색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금융산업 자체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FI의 대주주는 시중은행과 사모펀드다. 개발금융기구 등 비영리 성격의 자금은 17%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도 직접 빈민에게 대출하기보다 MFI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MFI 이용자는 올해 7000만명에 이르러 이미 기존 금융기관 이용자(5500만명)를 넘어섰다. MFI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서 대주주인 시중은행들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프라납 무커지 인도 재무장관은 “MFI는 비정상적인 고금리를 낮춰야한다”면서도 “전국적인 규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