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기의 溫 시네마] ‘감자와 같은 믿음’ 감동은 믿는 만큼 보인다

입력 2010-10-27 17:34


페이스 라이크 포테이토즈

‘Faith Like Potatoes’. 감자와 같은 믿음이라니 생소하고 소박하다 못해 투박스럽다.

아프리카 태생 스코틀랜드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거친 이 킬트족의 후예는 와일드한 아프리카에 딱 들어맞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가 실패만 거듭하던 잠비아를 떠나 새로운 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삶을 시작하는 모습은 성공을 향해 전진하는 이의 전형이다. 그를 도와주는 동료 백인 지주와 함께 일하는 흑인 농부 시미온.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된다면 남아프리카의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는 우리는 남북전쟁 이전 시대의 미국에서 성공한 어느 위대한 농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성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주인공 앵거스 버캔의 회심이다.

버캔은 계속된 농사 실패로 육체적 정신적 절망에 빠진 총체적 난국 속에서 비로소 그는 주님을 찾고 기도한다. 그리고 주님은 그 기도에 답을 하신다. 주님을 경외하는 삶은 분명 그 이전의 삶과는 다르다. 산불의 진화, 벼락 맞은 여인의 소생,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어린 조카의 죽음.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인간의 의지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삶의 여정이다.

영화는 마치 현실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앵거스 버캔의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그와 함께 임재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버캔은 킹스파크스타디움 집회에서 엘니뇨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아프리카의 황폐한 땅에 감자 심기를 결심한다. 지옥에서 온 엘니뇨를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주님께 기도함으로써 지옥으로 돌려보내자”고 외친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본다면 한숨 나올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감독 리가트 반 베르그는 그 스스로가 버캔을 조언해주는 멘토로서의 역할(목사 역)을 자임한다. 극 중 본인의 입을 빌려 말한다. 신앙과 무모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버캔은 주위의 만류에도 결국 땅을 일구고 감자 씨를 뿌린다. 하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줄기와 잎이 바싹바싹 말라버린다. 농부들은 땅을 파서 감자 열매를 확인하기를 원하지만 버캔은 주님이 주신 말씀을 의지하며 때가 되기를 기다리자고 한다. 마침내 땅속에서 발견한 것은 이제껏 보지 못한 커다란 감자로 나타났다.

옥수수와 같이 자라나는 ‘보이는 믿음’보다는 땅속에 묻혀 있어 그 깊이와 겉모습을 가늠할 수 없는, 묵묵히 그 결실이 영글어가는 ‘감자와 같은 믿음’을 버캔의 삶을 통해 담고 있다.

기독교인의 믿음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드라마틱한 연출로 보여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 영화에서는 ‘믿는 만큼 보인다’란 말로 갈음한다. 남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석양과 뜨거운 태양빛이 고스란히 필름에 담긴 이 영화는 버캔이 스타디움에서 연설할 때 인용한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을 화면 가득히 펼쳐 놓는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

이 영화는 2010년 제8회 서울기독교영화제에 상영되었고 국내에서는 DVD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