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합의 실패… 北, 정례화 대가로 쌀 50만t·비료 30만t 요구
입력 2010-10-27 21:47
남북은 26∼2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개최했지만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측은 다음 달 25일 적십자회담을 다시 열기로 했다.
북한은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정례화의 대가로 쌀 50만t과 비료 30만t 지원을 요구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용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측은 인도주의적 협력사업 활성화를 이유로 쌀 50만t과 비료 30만t 지원을 요청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관련된 실무회담도 조속히 개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측은 “쌀과 비료 대규모 지원은 적십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당국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은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별개라는 기본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생사·주소 확인, 서신 교환 및 고향방문 사업,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을 계속 논의하기 위해 11월 25일 경기도 문산에서 다음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은 회담 개최에는 동의했으나 장소 문제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쌀과 비료 대규모 지원은 인도적 고려를 넘어 남북관계 상황, 국민정서 등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이 천안함 사태 사과 등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대규모 쌀 지원은 불가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개성공동취재단,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