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바자로 실로암의 기적 30년째 이었다… 시각장애인 2500명 개안수술 지원 부산 동래중앙교회
입력 2010-10-27 20:41
사랑은 동사다. 선의(善意)는 선행(善行)으로 연결될 때 빛이 난다. 사랑은 머리에서 발아해 손과 발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 일회성 사랑은 빛이 약하다. 사랑은 연속성을 가질 때 아름답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 동래중앙교회(정성훈 목사)는 30년째 바자를 열어 시각장애인에게 빛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종교개혁주일을 앞둔 매년 10월 27, 28일이 바로 그날이다. 30년 동안 8억원을 모아 25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실로암 연못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동래중앙교회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자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81년. 그때가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였다. 교육과 후생사업에 관심이 많던 신동혁 목사는 시각장애인들이 개안수술을 통해 ‘빛’과 ‘소망’을 찾을 수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리아여전도회 회원들을 설득했다.
“교회가 왜 존재합니까.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의 정성을 모아 음지에서 신음하는 형제들을 도웁시다. 바자를 준비합시다. 우리의 선한 일은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됩니다.”
여 집사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의류를 싼 값에 사와 판매하고, 각종 음식도 정성껏 준비했다. 첫해 수익금은 100만원. 당시 시각장애인 한 사람의 개안수술 비용이 15만원. 7명의 수술비용을 마련해 맹인선교회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듬해 한 고등학생이 교회에 찾아왔다.
“동래중앙교회가 바자를 열어 마련한 성금으로 개안수술을 받았어요. 이제 어둠에서 해방됐습니다. 교인들에게 전해주세요. 여러분의 수고로 한 영혼이 빛을 찾았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교인들이 더 감동했다. 그리고 30년 동안 사랑의 바자는 계속되고 있다. 수익금은 실로암안과병원(원장 김선태)에 보낸다. 교회 수양관 밭과 홍기동 집사 농장에 심은 호박을 수확해 떡과 빵을 만들어 판매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오르내리며 의류와 생필품을 싼값에 떼어와 팔았다. 3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하다보니 요령도 생겼다. 몇몇 기업에서는 ‘좋은 일에 우리도 참여하고 싶다’며 상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재소자와 한센병 환우 돕기에 사용했다. 바자 때 단 한 번도 비 오는 날이 없었다. 구포와 해운대는 폭우가 쏟아져도, 교회 마당은 햇볕이 쨍쨍했다.
“바자 한 달 전부터 새벽기도로 준비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바자가 끝나면 회원들은 대부분 몸살을 앓습니다. ‘내가 땀 흘려 남 좋은 일 시키자’. 이것이 구호입니다. 30년 동안 봉사한 것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이 가정을 튼실하게 지켜 주셨어요. 건강도 지켜 주셨어요.”
김정애(63) 권사의 고백이다. 30대 초반, 평신도였던 그녀는 60대 권사가 됐다. 이제는 10월만 되면 가슴이 설렌다.
“바자는 곧 잔치입니다. 모두 기쁨으로 준비합니다. 교인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샐러리맨, 구청 직원, 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주민들이 대거 찾아옵니다. 지인들을 초대해 선물을 사주고 식사를 대접하는 교인도 많습니다. 정성훈 담임 목사님이 최고의 고객입니다.”
김영남(56) 권사는 은근히 바자가 기다려진다. 5년 전 머리핀을 사갔던 불신 여성이 지금은 바자의 액세서리 담당으로 봉사하고 있다. 의성 마늘, 양양 고추, 청도 단감도 인기 품목이다. 그중 단연 인기를 모으는 것이 ‘동래중앙김치’다. 선교회원들이 직접 밭떼기로 구입해온 무와 배추로 담근 김치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사랑의 바자는 일석오조의 효과가 있었다. 교인들의 결속력이 강화됐다. 장년신자 2000여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수익금이 선한 사업에 사용되기 때문에 보람도 크다. 교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봉사자들의 믿음도 한 단계 성장했다. 30년 전부터 봉사해온 신자들은 대부분 권사가 됐다.
2010년 사랑의 바자가 열린 27일. 이날 하루 동안 2000여명이 방문해 북새통을 이뤘다. 호박떡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각종 의류와 생필품도 인기다. 올해 수익금도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한 수술비용으로 사용된다.
정성훈(56) 목사는 “10월이면 외국에 나가있는 교인들도 바자에 동참하기 위해 귀국한다. 전 교인들이 잔칫집의 주인이 된 기분이다”면서 “3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바자를 열어 2500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준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