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적 알카에다 ‘소년병’… ‘美軍살해’ 재판 8년만에 유죄 인정

입력 2010-10-27 21:06

‘소년병 재판’으로 관심을 모은 캐나다인 오마르 카드르(24)가 유죄를 인정하고 본국으로 송환되는 길을 택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카드르는 15세 때인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수류탄을 던져 미군 1명을 살해한 혐의로 8년째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돼 왔다. 카드르는 25일 관타나모에서 열린 미국의 군사재판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살인과 테러 지원 등 5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군사재판 판사 패트릭 패리시 대령은 카드르의 진술을 받아들였으며 선고형량의 1년은 미국 내에서 살고 나머지는 캐나다로 이송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드르는 그동안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결국 군 검찰과의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벌을 감면해주는 제도)을 선택했다. 카드르에 대한 미 군사재판의 최종 선고는 이번 주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카드르의 캐나다인 변호사 데니스 에드니는 “카드르가 이 지옥(관타나모 수용소)을 벗어나기 위해 뭐든 자백했을 것”이라면서 “협상을 거부했다면 불공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인권단체들은 “미국의 행위는 불명예스러운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관타나모에 수감된 유일한 서방 국적자이자 최연소자인 카드르는 2차대전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전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소년병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소년병은 통상 18세 이하의 무장병사로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이라크 등 세계 분쟁지역에 분포해 있다. 허드렛일부터 전투 그리고 자살폭탄테러까지 그들이 하는 일은 성인 병사들의 임무와 다를 바 없다.

카드르의 변호인들은 그동안 미군 검찰이 카드르가 15세 이전일 때 이뤄진 사건을 소급해 기소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르는 전범이 아니라 전쟁의 희생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캐나다 야당과 세계 인권단체들은 카드르가 고문 등 비인권적 행위를 당했다며 카드르를 캐나다에 송환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 검찰은 국제법이 18세 이하라도 전쟁범죄로 기소하는 걸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며 송환을 거절했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