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한국의 미와 세계의 조화
입력 2010-10-27 18:02
‘한국의 미와 세계의 조화’를 슬로건으로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 세계아마 최강을 가리는 무대는 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세계아마선수권전과 한국의 국무총리배 뿐이다.
매년 10∼11월에 열리는 세계아마선수권전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1회는 전북 전주, 2회는 경기 수원, 3회는 경기 고양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참가국은 69개국으로 아마추어국제대회 중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했다. 아시아 16개국, 유럽 36개국, 미주 15개국, 대양주 2개국, 아프리카 3개국이다.
우승은 한국이 세 번, 대만이 한 번 차지했다. 중국은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고, 일본은 2위권에도 근접하지 못해 세계 아마바둑계에도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것은 물론 별도로 대륙별 대회를 열어 바둑강국이 아닌 나라들도 서로 경쟁하며 승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또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경남도지사배 전국 아마최강전, 대한바둑협회장배 시·도 바둑협회 임원 단체전이 동시에 치러졌다. 이밖에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함께 한국바둑 60년 사진전, 프로기사 지도 다면기, 창원시·경상남도 문화유적지 방문 및 체험관광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바둑을 알렸다.
세계 아마최강을 가리는 선수권전은 제한시간 30분30초 3회로 스위스리그 7라운드로 펼쳐졌다. 초반에는 우크라이나, 마카오 선수들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중국도 한국기사에 대한 승률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2위권 진입에 실패했던 일본도 명예회복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지난해 결승에서 대만의 천재기사 지엔리천(당시 12세)에게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국의 이상헌 아마 7단이 이번에는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2위는 일본, 3위는 중국, 4위는 미국 선수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출전자인 대만의 예헝위엔(14)은 6위, 최고령 선수인 오스트리아의 위크러는 4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마다가스카르 등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에서 참가했다. 제각각 다른 계기로 바둑을 접하고 배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모두 모여 기량을 겨루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바둑이야말로 진정 세계의 공통어가 아닐까.
김효정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