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빠의 나라 대한민국서 꿈 활짝 피워라

입력 2010-10-27 17:52


중도입국 다문화자녀 보듬는 光州 새날학교

‘중도입국 자녀’에 대한 이야기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부모를 따라 입국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다문화가정은 둘 다 초혼인 한국의 농촌 총각과 외국 여성의 결합이 일반적이다. 그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모국어로 사용하며 자란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중에는 한국 남성과 재혼 외국 여성의 결합도 있다. 자녀가 있는 재혼 여성은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온다. 이런 아이들은 한국말을 전혀 모른다. 학교 적응도 어려워 이들의 취학률은 47%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의 다문화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중국 한족인 류영충(가명·21)씨는 2007년부터 2년간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부모는 회사 나가고 한국말을 모르는 그의 유일한 친구는 컴퓨터였다. 한국말을 몰라 한국 국적취득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그는 한국 체류 비자를 받기 위해 중국을 정기적으로 오갔다. 15세 이하 중도 입국자녀는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하지만 16세부터는 면접을 봐야 한다. 그런 그가 올 초 국적을 취득했다. 이어 광주(光州)에서 일자리를 얻고 한국에서의 내일을 꿈꾸고 있다.

역시 한족인 우필호(가명·16)군은 중국에서 이미 게임중독 상태였다. 엄마 재혼 후 중국에 남은 그는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국에 온 뒤 한때 4박5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만 한 적도 있다. 특히 엄마는 서울에서 일하며 광주의 집에는 가끔 왔다. 아버지는 말이 안 통하는 아들에게 해줄 게 없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김도경(가명·15)양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그는 일반 초등학교를 1년간 다녔다. 그러면서 한국말도 배웠다. 하지만 학습 수준이 못 미쳤다. 본래 6학년에서 3학년으로 낮춰 들어갔지만 버티지 못했다. 그의 부모는 다시 키르기스스탄에 보낼까 고민했다. 불과 2년 전 도경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필호와 도경이는 이제 한국말에 익숙해졌으며 공부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광주 옥동 새날학교(교장 이천영) 학생이다. 현재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네팔 중국 남아공 방글라데시 몽골 등 14개국에서 온 학생 83명이 한국말을 익히며 한국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중도입국 자녀를 위한 초·중·고 통합형 비인가 대안학교다. 본래 외국인노동자 이주여성 자녀를 위해 설립됐지만 현재 학생 대부분은 중도입국 자녀다.

학교는 이들에게 한국말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또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각각의 외국어 과정을 진행한다. 교사 자격을 갖춘 한국인 전담교사 25명을 두고 있으며 교사자격증이 있는 이주 외국인 8명을 별도로 배치했다. 일반 초·중·고 정규과정과 동일하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실력에 맞게 1대 1 맞춤교육을 한다. 학비는 무료다.

급식비도 없다. 뜻을 같이하는 초·중·고 교사, 대학 교수, 지역사회 인사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김지민(가명·17)군도 새날학교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2008년 11월 몽골에서 왔다. 현지에서 이혼한 엄마는 한국인과 재혼했다. 엄마는 결혼하며 지민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1년 만에 이를 밝히고 아들을 데려왔다. 새아버지는 거부 반응을 보이며 집에서 같이 사는 것도 불편해했다.

기숙사에서 지낸 지민이도 초기에는 문제아였다. 학교 컴퓨터실, 기숙사의 남의 방, 교무실 등에 무단으로 출입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내 것, 남의 것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술과 담배는 10세 때부터 마시고 피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범생으로 바뀌었다. 지민이가 한국말을 잘하자 새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이천영 교장은 “중도입국 자녀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학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도 분명한 한국인으로 교육 혜택을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다문화권 선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는 한국말밖에 못하지만 이들은 이중언어를 쓸 수 있다”며 “기독교 입장에서 이들은 훌륭한 선교자원”이라고 말했다.

새날학교는 2007년 1월에 설립됐다. 2004년 한 외국인노동자가 광주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대표이기도 한 이 교장에게 갓난아이를 맡겼다. 아이 때문에 취직을 못하고 있었다. 이 교장은 이 노동자가 불법체류로 추방되기 전 수개월 동안 아이를 맡았다. 이것이 소문나면서 더 많은 외국인노동자 부모가 센터를 찾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안학교 설립이었다.

처음에는 센터의 빈 공간을 활용했다. 이어 광주 평동초등학교 교실 2칸을 빌렸고, 지금의 폐교를 임차했다. 교사들은 순전히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고작 25만원 정도다.

학교의 기본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급식비, 학교 임대비 등 연간 5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도로 해결한다. 교장 교감 교사들이 2층에 마련된 기도실에서 수시로 기도한다. 그러면 필요한 모든 것이 정확하게 채워진다고 이 교장은 간증했다.

그런 와중에 인천 경기 부산 충북 등 전국 12곳에 분교도 세웠다. 경기 부천과 충북 청주 분교는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교장은 “다문화 아이들을 돕는 이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복음이 있어야 한다”며 “다른 종교단체가 나서기 전 기독교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교 설립도 이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대안학교 인가를 추진 중이다. 그래야 이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토지 임대 기간과 재정 능력 부족으로 아직은 답보 상태다. 하지만 중도입국 자녀 교육의 모델 학교로 인정받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광주=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