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교수, 기독청년의 봉은사 ‘땅밟기’ 해프닝 어떻게 볼것인가
입력 2010-10-27 18:44
디아스포라 교회와 타 종교
찬양인도자학교라는 한 단체에 소속된 기독교인들이 봉은사에 들어가 소위 ‘땅밟기’를 하며 법당 안에서 손들고 기도했다. 이들이 법당 곳곳에서 기도하며 우상의 땅이 무너지기를 소원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현재 인터넷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종교적 열정에서 한 행동일 수 있고, 조금은 치기어린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동영상으로 인해 불교계에서는 기독교와의 갈등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한국교회는 타 종교, 특히 불교에 대해서 적대시하는 행동을 적지 않게 했었다. 불상의 목을 자른 사건도 있었고, 몇 년 전에는 부산에서 한 전도자가 시주하는 승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욕적 행동을 하는 동영상이 돌기도 했었다. 이런 무례한 행동들은 항상 안티기독교의 단골 소재가 되어 기독교가 편협하고 타 종교에 대해서 공격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문제는 교회가 이렇게 가르쳐 온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성경에 우상숭배에 대한 절대적 금계도 있지만 신약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 부분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우상숭배라는 금계는 이스라엘에 내려진 계명이다. 이스라엘 안에서 우상을 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민족이 어떠한 신을 섬기는지에 대해 성경은 큰 관심이 없다. 문제는 이 이방인의 신이 이스라엘 안에 들어와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신약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 우상숭배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바울은 우상의 제물로 바쳐진 음식이라도 자신은 거리낌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하나님의 백성이 처해 있는 환경이다.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은 단일민족으로서 종교적 공동체였다. 이 안에 다른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약시대로 넘어오면 새로운 이스라엘, 교회가 나타난다. 이들은 다종교사회에서 소수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그 사회에 존재하는 타 종교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교회의 순수성에 대한 관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물론 전도는 하지만 구약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우상을 파괴하고, 산당을 부수듯이 적대적 관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약의 시대를 살며, 다종교사회 속에서 디아스포라의 교회 형편을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는 바로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회에서 다른 종교를 무너뜨리는 것은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바도 아니고 그것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구주가 되신다는 사실이며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진리를 알게 되고 함께 이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전도나 행동은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일로 더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기독교의 진리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이 다종교사회에서 좀 더 지혜로운 행동과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그리스도를 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동영상의 당사자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이 사이버 세상의 특징이다. 여론에 의해서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더욱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행동 하나가 종교적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고, 종교를 평화의 수호자가가 아닌 싸움의 전도자가 되게 할 수도 있다. 그리스도의 대사로서 좀 더 신중한 행동과 품위를 가져야 할 때이다.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목회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