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신학생 마테콜리의 특별한 목사 안수식 “한국 신학 통해 선교 새롭게 눈 떠 사역에 큰 도전”
입력 2010-10-26 20:56
26일 오후 서울 도림동 도림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영등포노회의 목사 안수식에서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두 명의 여성 전도사가 안수를 받는데, 한 명은 영등포노회에서, 한 명은 아프리카 가나의 가나장로교회에서 안수한 것이다. 올해 초부터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조세핀 마테콜리(47) 전도사에게 안수를 주기 위해 교단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전도사에게 신앙의 확고함과 헌신에 대한 결심 등을 묻는 질문을 하는 서약식과 전도사가 단상 위에 무릎을 꿇으면 임원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안수식, 안수 후 가운을 입혀주는 절차 등은 양쪽이 비슷했다. 하지만 가나 쪽 순서에서는 마테콜리 전도사가 직접 손으로 쓴 서약서에 전도사와 임원들이 차례로 서명하는 등 몇 가지 순서가 더 있었다. 가나 측의 권고로 마테콜리 전도사를 위한 서명과 안수식에는 영등포노회 임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안수식 전 마테콜리 전도사는 다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신 때문에 교단 어른들이 대거 움직인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듯했다. 소감을 묻자 “겸손해지려고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다시 묻자 금세 울먹이는 표정이 됐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가나의 수많은 여성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학업의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거기다 오늘처럼 귀한 대접을 받게 되니 얼마나 영광인지 모릅니다.”
가나장로교회 볼타노회와 10여 년간 선교협력 관계를 맺어 온 영등포노회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2명의 가나 신학생을 초청해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을 올해 시작했다. 마테콜리 전도사는 첫 수혜자 중 하나로 지난 3월 한국에 왔다.
전도사 신분으로 쟁쟁한 목사, 남자 신학생들을 제치고 기회를 얻은 마테콜리 전도사는 큰 꿈에 부풀었고 귀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마음에 큰 부담이 하나 있었다. 교단 방침상 올해 안에 안수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6월 가나장로교회 안수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공부를 마친 뒤 돌아가서 받을 수도 있지만, 이미 적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고, 안수 후 15년째에 총회장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규정을 생각하면 2년의 차가 사역의 범위에 제한을 줄 여지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가나장로교회의 야우 프림퐁만소 총회장, 차기 총회장인 임마누엘 마티 노회장, 허비트 오퐁 총회 서기 등이 한국으로 온다는 것이다. 자신을 직접 안수하기 위해서다.
안수식을 위해 가슴과 소매에 우아한 레이스가 달린 예복으로 성장한 프림퐁만소 총회장은 ‘원정 안수식’을 하게 된 데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보고 중도에 오라고 할 수 없으니 우리가 와야죠”라면서 웃었다. 여기에 “특히 여성 전도사인데 동기들보다 늦게 안수를 줬다가는 성차별이라고 난리가 나서 안 된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로 덧붙였다.
이 설명을 들으니 ‘가나에서는 원정 안수식이 흔한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마티 목사의 설명이 나왔다.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미국 장로교회 초청으로 유학 중이던 신학생에게 안수를 주기 위해 총회장이 미국에 갔던 일이 있었지요.”
그 만큼 특별한 경우라는 것이다. 마티 목사의 설명이 추가됐다. “당초 영등포노회에 우리 대신 마테콜리 전도사를 안수해 주도록 요청하기도 했지만 아직 총회 법규상 그렇게 했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직접 오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서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식 양해각서를 체결하려고 합니다.”
이 같은 신뢰는 영등포노회와의 선교협력이 꾸준히 이어져 오는 데서 기인한다. 영등포노회는 독일 교회의 팔츠 주 총회와 함께 2004년 가나 아코솜보시에 컴퓨터학교를 개설, 3000여명의 학생과 공무원, 교도소 수감자 등을 교육해 오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가나 정부로부터 학력 인가를 받아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노회 간의 협력은 예장 통합 교단 총회와 가나장로교회 총회 간의 선교협력 관계로도 발전했다.
프림퐁만소 총회장은 한국의 선교 동역자들에 대해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라다”며 “이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수식 후에 만난 마테콜리 목사는 다소 여유로워져 있었다. 함께 사진 찍자고 사방에서 외치는 양쪽 나라의 사람들 사이에서 두 팔 가득 안은 꽃다발보다 환하게 웃었다. “내후년 고국으로 돌아가면 한국과 가나에서 배운 신학과 경험으로 보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역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신학은 선교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서 크게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