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 기업 반응… 육아휴직 만큼 근로계약 연장엔 난색

입력 2010-10-26 18:29

정부가 26일 저출산 대책안을 확정·발표하면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봤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제도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S그룹 관계자는 정부안과 관련, “지금 당장 내부적으로 정부안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숙고해서 확정안을 내놓은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임원은 “이번 대책으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대책에 따라 기업들도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 근로자들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새로운 기준이 요구된다면 그에 맞춰 제도나 관행을 개선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안에 대해서는 업체 여건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명단 공표제’ 도입을 법개정 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은 대체로 환영하는 쪽이었다. 또 임신·출산하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여성고용환경개선 융자사업’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경우, 육아휴직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한다. 사업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근로 계약기간 연장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전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한 제조업체 인사담당자는 “저마다 회사 여건이 바뀌고 노사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래 제도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걱정이 앞선다. 현실적으로 여성 근로자는 물론 사업주까지 육아휴직의 사용에 대해서는 서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중소 제조업체 임원은 “정부는 기업에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한 대기업 담당자도 “기업 입장에서 정부 대책을 한꺼번에 수용하게 된다면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찬 권지혜 김도훈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