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호주 증권거래소 ‘통합’ 합의

입력 2010-10-26 21:40


세계 20위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가 11위 호주증권거래소(ASX) 인수에 나서면서 아시아 증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SGX와 ASX는 25일 양 거래소 간 통합 합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싱가포르거래소가 호주거래소 주식 전량에 37%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하는 방식이다.

아시아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소 간 통합은 처음이다. 싱가포르-호주거래소 통합이 성사되면 거래소 상장기업 시가총액 규모 기준으로 세계 7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아시아권에서는 도쿄, 홍콩,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이어 4위 규모다. 특히 이번 통합으로 아시아 증권시장 ‘패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권 거래소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장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순위가 처졌던 싱가포르거래소가 한국은 물론 인도, 뭄바이, 심천증권거래소 등을 단숨에 제치게 된다.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최태주 국제협력팀장은 “두 거래소가 합치면 경비가 절감되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어 경쟁력을 한층 제고할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아무래도 더 큰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호주거래소 통합 합의를 계기로 우리도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타 거래소와의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지난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데다 거래소 자체가 상장돼 있지 않아 통합 추진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라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싱가포르-호주의 통합 시도로 아시아에서도 거래소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면서 “우리 증시만 글로벌화에 뒤처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거래소 간 합병은 선진국 증권시장에선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07년 미국 뉴욕거래소와 유럽지역 통합거래소인 유로넥스트가 통합한 게 대표적인 사례. 2008년에는 미국 나스닥과 북유럽 통합거래소 OMX가 통합에 성공, 세계 증시 2위로 몸집을 불렸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