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태광 로비스트 오용일 소환 의미 ‘로비 수사’로 확대한 듯
입력 2010-10-26 22:20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태광산업 오용일(60) 부회장을 26일 소환 조사한 것은 비자금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부회장은 ‘태광의 로비스트’라는 의혹까지 받아 왔던 만큼 비자금 의혹뿐 아니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조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 2인자의 소환…검찰 로비설 단서 확보했나=오 부회장은 1975년 태광산업에 입사해 태광산업 자금과장과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내 2인자로 꼽힌다. 특히 태광그룹의 방송·금융사업 확장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부회장은 금융당국 특혜논란이 일었던 태광산업의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에서 인수단 단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그룹 계열사 티브로드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를 인수할 때는 티브로드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 부회장 소환을 두고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은 오 부회장을 상대로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과정뿐 아니라 로비 여부 등 용처를 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 부회장이 소환되면서 이호진 회장 모자(母子)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 대부분에 대한 소환 조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시작된 검찰 수사는 그간 대한화섬 박명석(61) 사장 등 그룹 전·현직 임직원 20∼30명을 불러 조사했다.
◇‘큐릭스 인수’ 베일 벗나=태광그룹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를 벌였지만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은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지난해 내사한 사건은 태광그룹이 프로그램공급사(PP)에 채널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뒷돈(론칭비)’을 챙겼는지였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큐릭스 인수 문제는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의혹을 놓고 수개월 동안 조사했으나 지난해 8월 ‘관련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티브로드 비리를 파헤친다’는 소문은 큐릭스 인수도 은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와전됐다.
이 때문에 서부지검이 태광그룹 수사에 착수하자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내사 종결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만큼 이번 수사 과정에서 로비사실이 새롭게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