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자금 조성 수법은… ‘금융감독 사각’ 해외법인을 私금고 활용 가능성
입력 2010-10-27 00:56
검찰은 C&그룹 임병석 회장이 거액의 계열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룹 소속 해외법인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해외법인은 보통 비상장사여서 재무·회계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국내 금융감독망에서도 비켜나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이런 점을 노리고 해외법인들을 사실상 개인 금고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릐해외법인, 비자금 창구로 썼나=C&그룹에는 2008년 말 현재 14개 해외 현지법인이 있었다. 검찰은 이 중에서 그룹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 산하 중국 법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제조하는 이들 법인은 광저우, 다롄, 상하이에 설립됐고 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직전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검찰은 이들 중국법인 명의의 계좌에 임 회장이 빼돌린 회사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임 회장의 지시 또는 묵인으로 C&중공업이 중국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회계장부에서 누락시키거나 국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해외법인으로 송금하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이 조성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그룹 계열사들이 거래·투자·대여 등 명목으로 중국 법인과 거래한 자금 일부가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C&중공업 감사보고서에는 C&중공업이 중국법인 3곳과 2006년부터 3년간 2900억여원을 거래한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 그룹 주변에선 중국법인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C&우방 관계자는 26일 “수년 전 중국법인의 한 임원이 엉망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임 회장이 손을 못 댔는데, 중국법인을 통해 각종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8년쯤 자금난을 겪던 C&라인에 그룹 계열사들이 대여금 등 명목으로 지원한 수백억원의 자금 일부도 C&라인이 과거 운영했던 해외법인 등을 통해 빼돌려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처럼 해외법인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관리는 기업 비리의 단골 소재다. 국내에선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의 감시망 때문에 회사돈을 빼돌리기가 비교적 어렵지만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추적하기 어렵고 현지 관련자 소환도 쉽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기업 임직원들이 해외법인을 개인금고처럼 여기고 횡령·배임에 이용하는 등의 국부유출 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릐우리은행 부당대출 사실로 드러나=우리은행이 C&그룹에 2200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도 일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2005년 1월~2008년 9월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9월 C&구조조정 유한회사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우리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은행법상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주식은 267억원에 불과한데도 이를 어기고 2배가 넘는 625억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8년 3월 C&중공업에 담보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100억원을 대출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에 우리은행이 최대 697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출 심사를 한 은행 직원 3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