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父 빙자 성관계, 형사처벌 못한다

입력 2010-10-26 18:16

정자 제공을 빌미로 성관계를 노리는 대리부가 있다는 우려(본보 26일자 8면)가 나왔지만 정작 이들을 형사처벌하기는 힘들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학력, 직업 등 신분을 속인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 남성의 아내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때 적용할 만한 혐의는 강간, 사기, 간통, 혼인빙자간음, 성매매 정도다. 형법상 강간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맺은 성관계여야 성립한다. 여성이 남편 강요로 제3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면 교사에 의한 강간으로 볼 수 있지만 대리부 빙자 성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 김재훈 경위는 “대리부의 이력이 거짓이라고 해도 여성이 성관계를 갖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던 게 아니면 강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리부가 불임 부부에게 정자를 내주고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사기나 성매매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 간통은 남편이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 용서하면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동의한 이유가 대리부의 거짓 이력 때문이었다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돼 간통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간통은 남녀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여서 대리부와 성관계를 맺은 아내도 처벌 대상이다.

가장 유력한 혐의는 혼인빙자간음죄지만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곽정기 형사과장은 “대리부를 빙자해 남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더라도 전과자는 안 되는 셈”이라며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돈을 받은 대리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난자를 팔겠다’며 모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20건 가량이 생명윤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리부 문제 역시 현행법에 어긋나는 글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삭제나 차단을 요청하고 작성자를 대상으로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