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물밑 협상” 주장에 당사자는 “사실무근”… 꺼질만하면 또 개헌논의 ‘혼란’

입력 2010-10-26 22:37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은 26일 “민주당 일부 정치인과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개헌 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논의 중인 개헌안이 “내치에 관해 대통령을 껍데기로 만들고 권력기관 운영에 관해 모든 것을 국무총리가 담당하게 하며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 원장 발언에 협상 당사자로 지목되는 인사들은 손사래를 쳤다. 이 특임장관 측은 “양쪽(여야) 당론도 정해지지 않았고, 어떤 논의의 틀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비공개 협상을 한다는 주장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측은 “한나라당이 내부 합의를 좀처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개헌 문제가 불거져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발언을 번복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개헌 불 지피기 경우마저 있어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개헌 불씨는 꺼질 만하면 여야 실세가 나서서 불씨를 되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잠잠해지자 이 특임장관이 ‘연내 개헌 논의’ 주장을 펴고, 4대강 사업과의 ‘빅딜론’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수그러들던 개헌론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국회 직무유기론’을 들고나와 재점화하는 식이다.

여권의 개헌 드라이브는 기본적으로 개헌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에 기초한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여야 의원 186명이 대거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과도한 권력집중과 레임덕이 반복되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다수 의원이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정기국회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현 정부 임기 중 마지막 남은 개헌 가능 시기라는 점 때문에 연말까지 국회 특위를 만들어 논의라도 해보자는 게 여권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개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야 의원들조차 지금은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여야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현 정권 내 개헌에 부정적이다. 손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 논의는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헌법 전문가들도 “여야 중 어느 한 정파라도 개헌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개헌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