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로 방향 트는 여야… 민주 “경제 민주주의” 목청

입력 2010-10-26 18:24


정치권이 서민과 복지를 외치며 경쟁적으로 ‘반(半) 좌향좌’ 행보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양육수당을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친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1년반 전부터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윗목에서는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진보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의 친서민 정책은 말뿐인 가짜’라고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가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주요 정책과 노선 재점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손학규(사진)대표는 2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제 시대는 ‘경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서민들의 안정된 삶을 만드는 일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양적 성장이 국민을 흥분시키는 시대는 지났고, 국가 전체의 부가 커진다면 그 혜택은 국민 개개인에게도 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 정부가 ‘반서민적’이라며 서민 중심의 복지 정책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못 한다고 하고, 친서민을 외치면서 내놓은 정책은 하나같이 시혜성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이 돈을 벌면 협력업체들도 성장해야 하고 소상공인들도 함께 잘살아야 한다”며 “민생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에서 서민경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40대 야권 후보들이 당선된 것과 관련,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나 스스로 약자가 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표로 나타났다”며 “서민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대결과 봉쇄 정책을 할 경우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않겠느냐”며 핵 개발과 무관하게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어떻게 쌀을 군용미와 일반미로 나눠 생각할 수 있느냐. 굶는 것은 북한 주민”이라며 “북한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 대표가 ‘서민’을 키워드로 현 정부와 각을 세우자 당내에서는 그가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거세지고 있는 당내 진보 경쟁도 손 대표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다른 잠룡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손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도 ‘선명 진보’를 화두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당도 서민들이 호응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그간 정부여당이 실시한 서민 정책은 실패했다”면서 “복지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