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지지 단체 ‘정체 불명 돈’으로 민주 융단 폭격
입력 2010-10-26 18:10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에 정체불명의 돈이 넘쳐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20억 달러(약 2조236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의석당 400만 달러(약 45억원)가 넘는 돈이다. 이 중 외부단체의 광고비만 4억 달러에 이른다.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다.
◇정체불명 자금 몰려=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브루스 브랠리 아이오와주 하원의원은 선거 초기 승리를 낙관했다. 그의 선거자금은 공화당 후보의 6배인 6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미래재단(AFF)이라는 단체에서 ‘브랠리가 뉴욕의 이슬람 모스크 설립에 찬성했다’는 TV 광고를 집중 방영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 무명에 가까웠던 변호사 출신의 공화당 후보는 투표를 1주일 앞두고 브랠리를 앞섰다.
AFF는 아이오와주에서 113만 달러를 쓰는 등 전국 19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광고를 제작·방영하는 데 8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AFF는 이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 후보의 공식 선거자금과 무관한 금액이어서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 칼 로브가 이끄는 ‘아메리칸 크로스로드(2750만 달러)’ ‘아메리칸 액션 네트워크(1700만 달러)’ 등도 연일 TV와 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역시 모금 내역은 비공개다. 대부분 몇몇 부자와 기업의 자금으로 추정된다. 보수 단체의 광고비는 1억43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친민주당 성향 단체의 광고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60만 달러로 2004년 중간선거보다 적다.
◇기업도 뛰어들어=익명의 돈이 등장한 이유는 지난 1월 대법원이 기업과 이익단체의 정치 광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등록된 정치 단체만 선거 광고를 할 수 있었고 자금 출처도 모두 공개해야 했다.
이 판결 덕분에 기업들도 이번 선거에 적극 뛰어들었다. 미 상공회의소는 이번 선거 기간에 2억 달러를 투입, 70가지 광고를 만들어 미국 전역의 TV와 신문에 실었다. 이 중 93%가 민주당을 공격하는 내용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상공회의소는 광고비 모금 내역을 숨기고 있지만 NYT는 금융개혁에 반대하는 금융회사 푸르덴셜(200만 달러), 화학시설 감독 강화에 반대하는 다우케미컬(170만 달러), 의료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다국적 보험회사(800만 달러) 등이 상공회의소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기업이 상공회의소를 이용하는 이유는 소송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부금을 특정 내용의 광고와 연계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자중지란=민심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자 민주당 후보들은 당 지도부와 거리 두기에 바쁘다. 미시시피주의 지니 테일러 하원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조 맨친 웨스트버지니아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재선을 지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침묵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