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오르는 희한한 주가… 검찰 수사 태광산업·대한화섬 연일 수직상승 기현상
입력 2010-10-26 18:30
‘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 주가가 폭락한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 명제가 항상 참은 아님을 보여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경영권 편법 상속·증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가는 연일 폭등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25일 주당 129만5000원을 기록해 롯데제과를 제치고 황제주(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26일에는 3.32.% 상승한 133만80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검찰 수사 시작 직후인 지난 13∼14일 멈칫하기도 했지만 15일부터 상승가도다.
대한화섬은 21일부터 수직상승하기 시작해 25일 10만원의 문턱을 넘어선 뒤 26일에도 이틀째 상한가를 치며 11만9500원을 기록했다. 검찰 수사 시작 전날인 12일부터 2주 만에 두 회사의 주당 평가차익이 각각 14만6000원(12.2%), 4만6900원(64.6%)이나 늘어난 셈이다.
그 덕에 이 회장 일가는 돈벼락을 맞았다. 태광산업 46.72%(52만210주), 대한화섬 57.38%(76만2028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이씨 일가의 주식 평가이익이 각각 759억원, 237억원으로 총 1116억원 증가했다.
검찰 수사와 태광 계열사 주가가 ‘따로 노는’ 것은 그동안 주가 상승에 악재 역할을 해 온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이번 사건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검찰 수사가 부각되면서 회사 지배구조가 개선되거나 좀 더 투명해져 의혹이 해소되면 주가는 본질 가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가 섬유산업과 중국의 내수확대에 따른 튼튼한 수익구조와 풍부한 현금 확보 능력을 깨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훈 백민정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