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시대 저가 항공사 전략… 비행 스케줄 바꾸고 항공요금 깎아주고
입력 2010-10-26 22:04
경부고속철도 2단계 완전 개통으로 항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18분 만에 갈 수 있게 되면서 부산·경남권 항공 수요를 뺏길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 2004년 KTX가 도입된 이후 김포∼대구 노선이 사라지는 등 KTX의 위협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부산에 거점을 둔 저가항공사 에어부산이다. 김포∼부산 점유율 42.9%로 비즈니스 승객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왔던 탓에 KTX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가장 큰 항공사. 이에 에어부산은 26일 취항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TX에 맞설 방안을 내놨다.
우선 비행 일정을 31일부터 서울에서 매시간 30분, 부산에서 매시간 정각에 출발하는 ‘3060 스케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서울에서 매시 정각, 부산에서 매시 3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에어부산이 시간을 조정하면 김포∼부산 이용객은 30분마다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다. 또 항공료도 취항 2주년 기념이란 명목으로 20% 할인해 평일 5만2400원으로 맞추고 중장기적으로 인터넷 할인과 기업우대 프로그램을 적용해 KTX와 비슷한 운임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 경우 KTX의 평일 서울∼부산 요금 5만1800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김수천 사장은 “KTX 수준으로 항공료를 내려 고객 유출을 막고 더 나아가 KTX 이용객까지 끌어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형항공사들은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김포∼부산 왕복 14회, 김포∼울산은 8회를 운항 중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김포∼울산 4회를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TX 2단계 완전 개통이 되더라도 요금이나 비행 편수의 조정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울산 편수가 4회에 불과해 당장은 조정 계획이 없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KTX 완전 개통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여객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에 분주하다.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15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만명보다 13.4% 증가했다. 2008년 128만명보다도 늘며 꾸준한 증가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KTX는 경부선뿐 아니라 점진적으로 전국 2시간 생활권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항공사들로선 제주 노선을 제외하고 모두 재검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부선 KTX와의 경쟁 결과가 앞으로 항공 수요 예측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