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에 허덕이는 日 기업들 “해외로”
입력 2010-10-26 18:11
최근 엔고로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받은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해외 생산 비중이 5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5년 전 48%에서 급격히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도요타는 지난주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태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첫 해외 대량생산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라이벌 닛산 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더 높다. 닛산은 지난해 66%에서 올해는 71%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닛산은 아예 태국에서 간판 차종인 ‘매치’를 만들어 일본에 역수입했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몇 달 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엔화가치 상승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소니의 TV사업부문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해외 생산 확대에 힘입어 지난 4∼6월 소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해외 생산 비중이 20%였던 소니는 올해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무라타, 캐논 등 전자업체들이 해외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일본 정부의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의 40%는 엔화가 달러당 85엔 선을 유지할 경우 생산과 연구·개발(R&D) 부문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엔고로 인한 타격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국내 고용 창출과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정부 목표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현재 제조업에 종사하는 일본 근로자 수는 1030만명으로 1200만명이 넘었던 지난 2002년보다 급격히 감소했다.
크레디 스위스은행 도쿄지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시라카와 히로미치는 “엔화가치 상승은 생산의 해외 유출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영리한 제조업체라면 더 이상 일본 국내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