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직원들 강남에서 술판 벌일 땐가
입력 2010-10-26 17:52
청와대 직원의 기강 해이가 또 도마에 올랐다. 정상혁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최상대 기획재정부 과장을 폭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비서관은 “업무상 말다툼이 있었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폭행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1일 고용복지수석 등 청와대 비서관들과 예산실장 등 재정부 간부들이 서울 서초동 고깃집에서 저녁을 함께한 뒤 일부는 귀가하고 정 비서관과 최 과장 등 8명이 반포동 C카페로 ‘2차’를 갔다. 청와대와 재정부 설명에 따르면 그곳에서 정 비서관은 최 과장의 어깨를 몇 차례 쳤다. 이 과정에서 최 과장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고, 술잔도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서둘러 술자리를 끝냈다.
폭행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날은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회의 때문에 잠이 안 온다는데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이 재정부 간부들과 어울려 강남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것부터 큰 잘못이다. 업무상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나누는 게 옳다. 술집에서 양주로 폭탄주를 돌려야 대화가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 정부 청와대 직원의 기강 해이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모 비서관이 다른 비서관실에 쳐들어가 난동에 가까운 행패를 부린 적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비서관은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평일 부부동반으로 제주도 세미나에 참석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모 행정관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요금 시비를 벌여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일도 있다.
청와대 직원들은 행동거지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으라는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강조해 두고자 하는 것은 대통령 고향 출신 공직자들이 사고 친다는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이번 폭행 논란에 휩싸인 정 비서관과 최 과장, 지난해 행패를 부린 비서관 모두 포항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