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공동 연구

입력 2010-10-26 21:33

한국과 미국은 25일(현지시간)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공법)’의 공동연구에 사실상 합의하고 구체적인 연구 범위, 일정 등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조현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과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워싱턴DC에서 제1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은 회의 뒤 언론 발표문을 통해 “파이로 프로세싱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해 양국 기술전문가들이 조속히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조정관은 한·미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하면서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방식을 사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위해 한국이 추진 중인 기술로, 그동안 미국은 플루토늄 추출로 인한 핵확산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 왔다. 우리 측 대표단인 홍남표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파이로 프로세싱과 관련, “핵확산 저항성의 정도가 굉장히 중요한 관점”이라면서 “우리는 이 방식이 핵확산 저항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미국은 같이 연구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양국은 2차 회의를 내년 상반기 중 갖기로 했으며, 국회 비준 등을 감안해 늦어도 협정 효력 만료(2014년 3월) 1년 전인 2013년 초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원자력협정을 더욱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고, 광범위한 기술 협력은 물론 산업 및 상업적 협력 관계를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번 협상은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에 대해 양국이 초석을 깔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이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이 기술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 바로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만 추출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공동 연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협상 만료 시점 이전에 양국이 만족할 만한 연구 결과가 도출된다면 협정 개정 내용에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끝날 때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이럴 경우 한·미는 협정 개정은 일단 완료시키고, 파이로 프로세싱은 계속 검토해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