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軍, 심문 매뉴얼 만들어 전쟁 포로 고문 방법 가르쳤다
입력 2010-10-26 18:11
“옷을 벗기라. 독방에 가두겠다고 위협하라.”
영국군 매뉴얼에 적힌 피의자를 심문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수감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학대를 가한 사실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군 매뉴얼을 25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최근 내부 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약 40만건의 이라크 관련 기밀문건을 공개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정부와 군은 2003년 이라크 바스라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바하 무사란 남성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해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을 가해 죽인 사건이 발생한 뒤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가디언이 입수한 심문 매뉴얼들은 바하 무사 고문사 파문 이후 작성됐다. 2008년 1월 이라크 민간인 인권침해에 관한 군 조사가 완료된 이후 작성된 것도 있었다.
매뉴얼은 외국 주둔 영국군들이 수십년간 이용해 온 취조 기술을 토대로 전쟁포로 조사를 담당할 심문관들의 교육용으로 제작됐다. 심문방법은 물론 심문장소를 고르는 방법, 심문 전 수감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절차 등도 나와 있다. 교본은 여러 차례 수정·작성됐다.
2008년 4월에 제작된 매뉴얼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감각을 마비시키는 행동을 하라고 적혀 있고, 2009년 9월 문서에는 “질문하기 전 옷을 벗기라” “명령을 거부할 경우 옷을 벗겨둔 채 놔두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최근 작성된 매뉴얼엔 심문관의 필수 장비로 플라스틱 수갑, 눈가리개 등을 적시했다. 또 “매일 8시간 취침 및 휴식을 허용해야 하지만 4시간만 재울 수 있다”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독방에 감금될 것이라고 협박하라”고 권고했다.
가디언은 포로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강압행위를 금지한 제네바 협약을 영국군이 일상적으로 위반해 왔다고 비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구금 체계나 심문 절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와 교훈을 잘 숙지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