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오종석] 중국은 문명혁명 중
입력 2010-10-26 17:53
#사례 1=중국 산시(陝西)성 셴양(咸陽)시 정부는 ‘담배꽁초 0.05위안(8원) 바꾸기’ 운동을 한다. 시민들이 길에서 담배꽁초를 줍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하나를 주워오면 0.05위안을 준다. 시 정부는 “새로운 문명 기풍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천명의 시민이 참여해 200여만개의 담배꽁초를 회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6일 보도했다. 10만 위안(168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광장이나 버스터미널 등에는 담배꽁초를 주우려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북적거린다. 젊은 사람도 적지 않다. 셴양시 위생도시 창건, 정신문명 선진도시 창건 사무실 싱완촨(邢萬川) 상무부주임은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회수함으로써 환경보호 의식을 높이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며 “당분간 이 운동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 2=허베이(河北)성 성도 스자좡(石家莊)시에서는 지난 7월 교통법규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상금을 주는 ‘교통법규 지키기 장려활동’을 펼쳤다. 붉은 신호등이 켜져 있을 때 길을 건너지 않고 멈추는 첫 번째 사람에게 500위안을 주는 것이다. 스자좡 교통관리국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길목을 정하지 않고, 대상을 정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무작위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사람을 찾아내 상금을 줬다. 7월 10일부터 21일까지 160여명이 8만2000위안을 수령해갔다. 시 당국은 “시민들이 법을 지키고 문명 활동을 하도록 장려할 뿐 아니라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와 허베이성 탕산(唐山)시에서도 비슷한 장려 활동을 실시했다. 탕산시에서는 지난 5월 ‘붉은 신호등일 때 발걸음을 멈추는 첫 번째 사람’을 선정, 푸짐한 상품을 제공했다. 기업체의 협찬을 받은 상품 중에는 자동차도 있었다.
중국은 지금 문명혁명 중이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선전문구는 ‘장원밍(講文明·문명을 중시하자)’이다. 중국 지도자들도 주요 연설에서 항상 문명을 강조한다.
담배꽁초를 줍거나 교통신호를 지켰다는 이유로 정부가 돈을 주기까지 하는 행위는 언뜻 의아하다. 하지만 이는 당근을 줘서라도 문화시민을 만들어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아무데나 꽁초를 버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것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차량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도 아직 문화적이라고 말할 순 없다. 끼어들기나 역주행이 수시로 일어나 아찔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생활하기에 가장 불편한 사항 중 하나도 위험한 교통문화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셴양시나 스자좡시 정부의 상금 제공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다. “이제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아도 되겠다” “위반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징수해야지, 지키는 사람한테 돈을 주다니 이것은 사회주의의 슬픔이다” “왜 세금으로 그런 비용을 지불하느냐” 등 비난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정말 우리 스스로 문명인이 되자” “더 이상 이런 망신스러운 정책이 시행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등 자성의 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는 것 자체가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신호등을 무시하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비문명인을 촬영해 인터넷상에 고발, 문명인이 되라고 촉구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문화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돈을 주는 행위가 당장 큰 효과는 없지만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는 있다고 본다”면서 ‘어쩔 수 없는’ 유익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린다. 경제력 등 국력이 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민의식 등 사회문화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이 성숙한 문명국으로 발돋움해 진정한 G2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