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퓨전시대’-(상) 은행] 예·적금+증권 상품·은행계좌+주식계좌 ‘뭉쳐야’ 살아남는다
입력 2010-10-26 18:18
퓨전(fusion)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은행·증권·카드·보험 등으로 구분해 각자 상품을 팔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예·적금에 펀드를 섞고, 수시입출금식 월급통장에 월복리 적금 통장을 묶어 판다. 증권사에서 주로 파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은행에 개설한 월급통장 사이를 돈이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신용카드, 휴대전화를 얼마나 썼는지에 따라 생기는 포인트를 적금 통장에 이자처럼 쌓을 수 있다. 보험 하나로 종신·상해보험 등 여러 보험에 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은행에서 펀드·보험에 가입하는 식으로 각 금융업종의 벽을 허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금융상품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거나 손을 잡고 있다. 3회에 걸쳐 은행, 보험, 카드시장에서 어떤 복합 금융상품이 등장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들여다본다.
전통적인 예금 상품은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한다. 주식·채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은행 예·적금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다. 시장금리가 추락하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진입하자 이런 추세는 더 강해졌다. 고객의 금융 수요가 차츰 투자신탁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복합’이 출발한다. 증권 상품과 예금이 결합하고, 은행 계좌와 주식 계좌가 한데 뭉치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1+1’ 패키지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통신회사가 만났다?=지난 7월 13일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체질 개선, 특히 영업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 달 뒤인 8월 16일 국민은행은 ‘KB 와이즈 플랜 적금&펀드’라는 상품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다. 회장과 행장이 바뀐 뒤 첫 작품으로 적금과 적립식 펀드를 엮은 복합 금융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이 상품은 매월 이체일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적금과 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KB 와이즈 플랜 적금&펀드에 가입한 금액이 3095억원에 이르렀다고 25일 밝혔다. 출시 두 달여 만에 계좌 수 33만948개라는 성공을 거뒀다.
복합 금융상품은 이미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5월 일찌감치 적금과 펀드에 이체하는 비율을 조절하는 ‘IBK 적금&펀드’ 상품을 내놓았다. 적금과 주식형펀드를 각각 가입하고,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구간을 정해주면 적금·펀드 이체 비율이 자동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이 핵심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은행권 최초로 금융과 통신 결합상품을 선보였다. ‘신한 에스모어(S-MORE) 쇼(SHOW) 적금’은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이다. 다만 휴대전화의 쇼 에스모어 요금제 사용실적, 신한 에스모어 쇼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포인트(카드는 최대 5만원, 휴대전화는 최대 3만원)가 적금통장에 이자처럼 매월 현금으로 입금된다.
◇“한데 묶어라”=복합 금융상품의 장점 중 하나는 편리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 계좌 하나로 주식 투자까지 할 수 있는 통장이다.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과 제휴해 은행 계좌 하나로 주식 투자까지 할 수 있는 IBK주식투자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주식 매매의 편리함에다 입출금식 예금인 MMDA상품(IBK플러스저축예금)을 기본계좌로 구성해 최고 연 1.6% 금리를 준다.
하나은행은 예금통장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자동 연결한 ‘빅팟통장’을 지난해 선보였다. 은행 주거래 통장과 증권사 CMA를 묶은 상품으로 고금리 혜택을 누리면서 주거래 통장이 지닌 장점도 유지할 수 있다. 예금통장과 CMA 간 자금이체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면 기준금액을 넘는 통장 잔고는 고수익 CMA 계좌로 자동 이체돼 짭짤한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스윙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다 수시입출금 통장과 월 복리적금을 결합한 ‘1+1’ 패키지 상품도 있다. 외환은행은 ‘넘버엔 통장(급여이체 또는 카드 결제계좌용 수시입출금 통장)’과 ‘넘버엔 월복리적금(자유적립식)’을 한데 묶어 우대금리를 주면서 팔고 있다. 급여·연금 이체 실적 등이 있으면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 모든 은행 CD·ATM 현금인출 수수료가 면제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