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동화작가 노정옥·서양화가 원덕식 부부
입력 2010-10-26 22:11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의 황량한 폐교가 미술관으로 개조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1995년 폐교된 보은군 마로면 소여리 관기초등학교 옛 소여분교를 동화 속의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주인공은 동화작가 노정옥(42)씨와 서양화가 원덕식(39·여)씨 부부.
노씨는 2005년 ‘푸른 고래를 찾는 아이들’(꿈터 출판)이란 동화집을 출간한 동화작가이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원씨는 내년 중국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인 서양화가다.
이들 부부는 2년 전 한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약속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올 1월 우연히 주변에 낮은 산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옛 소여분교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둥지를 틀었다.
이 학교는 교실 8칸에 7970㎡의 황량한 운동장뿐이었다. 하지만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우거진 나무울타리와 아름드리 소나무의 멋진 자태는 이들에게 미술관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부부는 운동장 한편에 돌담을 멋지게 쌓고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 자연과 어울리는 미술관으로 바꿨다.
당초 이 곳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려 했지만 시골의 작업 공간을 필요로 하는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예비 작가들에게도 자유로운 쉼터 겸 창작 공간으로 내주기로 했다.
일부 교실은 흰색 페인트로 단장해 자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놓았고, 나머지 교실은 글을 쓰는 작가와 화가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장했다.
이들 부부는 드디어 지난 23일 ‘폐교에서 길을 묻다’라는 첫 전시회를 열어 미술관으로 변모한 폐교를 세상에 알렸다.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원씨가 그린 ‘무거운 일요일’을 비롯해 이병욱 작가의 ‘달과 나선형 건물 사이를 떠도는 꿈’, 유병록 작가의 ‘동전 위 도널드’등 23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노씨는 “시골 아이들에게 글을 보고 떠오른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그림을 보고 키워진 다양한 표현력으로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보은=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