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타와 작품세계… 틀과 제도 깨는 끝없는 도전 美 교과서 2곳에 작품 실려

입력 2010-10-26 17:36


195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김아타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본명은 김석중. “나는 너와 동등하다”는 의미를 담아 아타(我他)라는 예명을 지었다. 그의 작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들의 경계를 지워버림으로써 권력과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무화(無化)시키는 작업이다.

91년부터 5년간 진행했던 ‘해체’ 연작은 발가벗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판 등에서 포즈를 취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관념을 해체시키고 자연과 하나되게 하는 작품이다. 2002년까지 이어진 ‘뮤지엄’ 시리즈는 인간을 박물관 유물처럼 유리박스에 담아 존재의미를 질문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은 ‘온 에어’ 프로젝트. 필름 한 컷에 8시간 이상의 노출을 주어 움직이는 대상을 그 속도만큼 사라지게 하는 작업이다. 수 천, 수 만 장의 사람 얼굴을 포개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자화상’도 그만의 결과물이다. 고체였다가 천천히 녹으면서 액체가 된 뒤 결국 사라지는 얼음의 성질을 이용한 ‘마오의 초상’ ‘파르테논 신전’ 등 ‘얼음의 독백’ 연작은 있음과 없음의 관계, ‘空(공)’의 동양사상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2002년 상파울루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2006년 뉴욕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아시아 작가 첫 개인전,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초청 특별전 등을 가졌고, 이명동사진상(2006) 동강사진상(2007) 하종현미술상(2008) 등을 수상했다. 두 권의 미국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수록됐다.

드로잉 오브 네이처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작업은 유명 화가의 수많은 작품을 하나의 필름에 담은 ‘아티스트 인달라’ 시리즈. 피카소, 고흐, 터너, 폴락 등 서구미술사 거장들의 작품과 노자의 ‘도덕경’, 공자의 ‘논어’ 등을 소재로 작업 중이다. 다음달 4일부터 5개월간 뉴욕 루빈미술관에서 전시되는 ‘Grain of Emptiness(텅 빈 공간)’에서 이 작품 일부를 선보인다.

괴짜 같은 풍모, 틀과 제도를 깨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미술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아타의 도전은 끝이 없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