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맥을 찾아라-(上) 구기종목] 각본 없는 ‘4球드라마’엔 금빛 감동

입력 2010-10-26 22:01

둥근 볼을 다루는 구기종목은 종합대회 때마다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음달 12일 개막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구기종목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축구와 야구, 국내 인기 프로 스포츠인 농구와 배구가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로 국민들을 웃고 울릴지 주목된다. 각 종목별로 아시안게임 준비 상황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24년 만의 금메달로 대미 장식한다(축구)=2010년 한국 축구는 승승장구했다.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8월에는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축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이제 남은 국제대회는 아시안게임이다. 남자는 24년 만의 금메달, 여자는 사상 첫 메달 획득으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는 신통치 않는 성적을 거뒀다. 방콕에서 열린 1970년과 1978년 대회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고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금메달 소식이 끊겼다. 1990년 베이징 대회(3위) 때는 준결승에서 이란에 덜미를 잡혔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4위)에서는 결승 문턱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일격을 당해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1998년 방콕 대회 때는 8강에서 홈팀 태국에 져 충격을 줬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세를 몰아가려던 2002년 부산 대회(3위)에서는 이란과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북한, 요르단, 팔레스타인과 C조에 포함됐고 다음 달 8일 첫 경기에서 남북대결을 벌인다. 지난 18일부터 소집훈련을 하고 있는 ‘홍명보호’는 29일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 담금질을 이어간 뒤 다음 달 5일 광저우로 들어간다.

최인철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대표팀은 24일 끝난 피스퀸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아시안게임 첫 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축구는 1990년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4위(1994, 2002, 2006년)에 불과하다.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야구)=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의 신화를 쓰며 금메달 획득과 함께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 야구가 이번에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참패를 딛고 2002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올랐던 한국 야구는 그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해외파가 주축이 된 대만과 사회인 선수들이 나선 일본에 잇달아 패해 동메달에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지난해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으로 다시 발돋움했다. 국내 야구도 올해까지 2년 연속 프로야구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8년 만의 명예회복에는 지난해 WBC 준우승 멤버들이 나선다. 프로야구 사상 첫 타격 7관왕 이대호(롯데)를 필두로, 투수 에이스 류현진(한화), 외야수 김현수(두산), 내야수 정근우(SK) 등이 각 포지션 중심에 선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해결사 김태균이 가세해 역대 최고의 화력으로 무장했다. 다만 김광현(SK)이 갑작스런 얼굴 경련 증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이 우승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소집된 대표팀은 내달 8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담금질을 한 뒤 10일 광저우로 떠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8개 나라가 참가해 A,B조로 나눠 준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A조에는 일본과 홈팀 중국, 태국, 몽골이 속했고 B조는 한국과 대만, 홍콩, 파키스탄으로 이뤄졌다. A, B조 각 1, 2위가 준결승에 올라 A조 1위와 B조 2위, A조 2위와 B조 1위가 크로스로 맞붙어 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대만을 꺾고 B조 1위를 차지해 A조 2위와 4강에서 맞붙어 이겨 결승에 오르는 게 지름길이다.

◇명예회복을 기대하라(농구)=한국 남녀 농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남자는 5위, 여자는 4위에 그치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남자 농구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58년 도쿄 대회 이후 48년 만이었고, 여자는 1974년 테헤란 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된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남자는 도하 참패 이후로도 좀처럼 아시아 정상권에 복귀하지 못했다. 중국이 2진급을 내보낸 2007년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그쳐 베이징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 톈진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는 7위라는 또 한 번의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남자는 최장신 센터 하승진(2m21·KCC)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삼성)이 가세했고 양동근(모비스), 김주성(동부) 등을 앞세워 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는 정선민이 부상으로 중도하차했지만 ‘명품 포워드’ 박정은(삼성생명)과 하은주(신한은행) 김계령(신세계), 김지윤(신세계) 등을 주축으로 내심 금빛 바스켓을 노리고 있다.

◇3연패와 사상 첫 남녀 동반 금메달 노린다(배구)=한국 배구는 남녀 모두 1966년 태국 대회부터 11개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낸 아시아의 강자지만,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대표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는 아시아의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반면 여자는 44년 만에 처음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는 3연패에 도전하고, 여자는 1994년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한국 배구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남자는 좌우 쌍포 문성민(현대캐피탈)과 박철우(삼성화재)에게 기대하고 있고, 여자는 해외파 거포 김연경(JT마블러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