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핵심 주역 2인을 분석한 4권의 책… 교회를 변화시킨 진리의 원류를 찾아서

입력 2010-10-26 18:04


10월 31일은 종교개혁일이다. 천년 이상 말씀에서 벗어나 왜곡된 길을 걸어가던 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도록 방향을 전환시킨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책들이 최근 출간됐다. “제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혔습니다. 양심을 거스르는 행동은 옳지도 안전하지도 않습니다”라고 말했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생애와 “주여, 나의 심장을 주께 드리나이다. 신속히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라고 말했던 장 칼뱅(John Calvin, 1509∼1564·영어명 존 칼빈)의 육성을 통해 종교개혁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칼빈의 신명기 강해/ 존 칼빈 지음/ 서로사랑

평생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목회하고 설교하며 저술활동을 한 칼뱅은 종교개혁의 최선두에 서서 바른 신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에게 설교는 바른 신앙의 회복이었고 교회 개혁의 방편이었다. 당시 가톨릭 교황청의 권위에 대응해 종교개혁가들이 내세운 것은 ‘성경’이었다. 교황청이 아니라 성경이 최고의 권위이고 성경 본문에 대한 강해, 즉 설교는 바른 교회 운동의 기초였다. 칼뱅이 강해를 중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생애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설교를 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2000편이 넘는다. 책은 칼뱅의 신명기 강해로 신명기 4장 6절부터 5장 20절까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마치 법조문을 해석하듯 성경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해석했다. 그는 다른 가톨릭 신학자들과는 달리 신학의 근본을 성경에서 찾았고, 개혁의 원리와 삶의 표준도 성경에서 찾았다. 또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를 기록한 책으로 믿었고 그것이 성령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성경 해석의 권위는 오직 하나님께 있고, 자신은 해석을 대변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늘 고백했다.

칼빈주석 요한복음 2/ 존 칼빈 지음/ 규장

기독교 역사에서 칼뱅처럼 체계적으로 방대한 성경 주석을 남긴 사람은 없다. 그는 성경을 해석할 때는 통일성과 다양성을 갖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요한계시록’을 제외한 모든 주석을 완간했다. 그가 500여년 전에 쓴 성경 해석이 오늘날까지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그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칼뱅의 주석에는 다른 개혁자들에게 볼 수 없는 성령의 역사, 성령의 인도, 성령의 조명에 대한 강조가 많다.

칼뱅이 요한복음의 메시지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복음’이다. 그는 요한복음 구석구석에서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구현됐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하나님의 복음을 알 수 없음을 찾아낸다. 즉 복음은 곧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란 것이다.

또한 칼뱅은 공관복음서와 다르게 요한복음이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차별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공관복음서가 예수님의 역사적인 사역, 즉 그분의 몸을 보여주는 데 반해 요한복음은 그리스도의 ‘영혼’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신적인 영광이 얼마나 풍성하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복음서가 갖는 현대적인 의미를 반추하고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 마르틴 루터/ 레그 그랜트 지음/ 홍성사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만 알고 있던 루터의 생애를 소설 형식으로 들려준다. 루터에 대해 제일 잘 알려져 있는 번갯불 소명 이야기, 보름스 제국회의에서의 목숨을 건 답변 이야기, 카타리나 폰 보라와의 결혼 이야기뿐 아니라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 발행에 대해 항거함으로써 시작된 종교개혁의 복잡한 역사적 상황과 그 주동자인 루터의 개인적 고뇌와 삶을 잘 그려주고 있다.

또 중세라는 기독교 세계가 근대로 넘어가기 위해 분열하고 있는 역사의 산통을 보여줌과 함께 하나님의 복음이 어떻게 인간의 죄악에 가려질 수 있으며, 또 구체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 능력을 드러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그 개혁을 주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과 한 인간의 담대한 순종을 통해 우리가 처한 교회와 세계라는 상황 속에서 현실을 직시할 것을 제안한다. 또 개혁의 폭풍이자 번개였던 루터와 주변인물, 가공인물과 함께 종교개혁 당시 격변의 현장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가상 인물과 실재 인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현실에서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 준다. 소설이 갖는 힘이 뚜렷이 드러나는 셈이다.

칼빈과 이냐시오의 영성/ 이경용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그동안 학계와 목회 현장에서 칼뱅을 조직신학이나 교리신학 측면에서 주로 다루었던 반면 책은 칼뱅의 영성을 고찰했다. 동시에 같은 종교개혁 시기에 가톨릭교회 개혁을 위해 힘쓴 이냐시오(st. Ignatius, 1491∼1556)의 영성을 연구해 비교했다. 한 권의 책으로 역사의 두 거인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경험할 수 있다.

칼뱅을 영성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해 보면, ‘자기 부인’ ‘십자가를 짐’ ‘영생(천국)에 대한 묵상’을 또렷이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흐트러졌던 후진들의 신앙을 원점 그대로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영국의 영성가로 현대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연구의 대가인 에벌린 언더힐의 ‘신비주의(Mysticism)’라는 책에 전개된 신비주의 연구의 기본 틀을 적용하여 칼뱅과 이냐시오의 영성을 비교 연구했다. 언더힐은 정화, 조명, 일치라는 전통적인 영적 진보 3단계에 자아의 자각이라는 예비 단계를 포함시켜 영성생활의 여정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4단계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이 분석틀을 사용해 칼뱅과 이냐시오의 삶과 주요 저술을 분석해 영적 특질을 밝혀내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