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찬양' 동영상 일파만파..교계는 "우려"

입력 2010-10-26 15:01


[미션라이프] 일부 기독교인 청년들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들어가 기도와 찬양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봉은사에서 땅밟기’라는 제목으로 유포되고 있는 6분 31초 분량의 동영상은 봉은사 대웅전 안팎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찍은 여러 컷의 사진과 참가자들의 소감을 담고 있다.

화면 초반에는 한 여학생이 등장해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이렇게 큰 절이 있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 땅은 회복될 것이며 하나님은, 그리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은사 내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며 ‘사람들이 만든 우상들’, ‘헛되고 헛된 것들’이란 자막을 내보냈다.

동영상은 또 참가 청년들이 불상 앞을 비롯해 불경으로 보이는 책, 대웅전 출입문, 사찰 벽 등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장면을 보여줬고 한 남자 청년이 아예 불당에 들어가 손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도 담았다.

후반부 자막에는 ‘주님, 우상은 무너지고 주의 나라 되게 하소서’ 등이 깔리며 참가자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24일 저녁, 유튜브에 처음 올라왔고 이날 밤 불교 관련 온라인 매체가 이를 다시 소개하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동영상은 ‘찬양인도자학교 주님의 향기 6조’가 제작한 것으로 돼 있다. 동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사진에 10월 13일 등의 날짜도 찍혀있어 당시에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찬양인도자학교를 운영 중인 A단체는 홈페이지가 다운된 상태이며 동영상에는 참가자들의 얼굴과 이름까지도 그대로 노출돼있어 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개인 홈페이지 공격 등도 우려된다.

동영상을 접한 교계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성난 네티즌들의 반기독교적 발언과 악성 댓글은 차치하고서라도 동영상을 만들고 참가한 이들의 잘못된 신앙 열정이 기독교 복음과 찬양문화를 왜곡하고 있다는 심각성에서다.

이슬람권에서 사역하다 안식년 차 입국한 A선교사는 “해당 동영상은 땅밟기와 결박, 정복, 선포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교회의 찬양문화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잘못된 찬양문화와 신학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대학생리더십센터 김상민 대표는 “이들의 행위는 마치 교회에 스님들이 단체로 들어와 예불을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라며 “지금 자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모르고 있다”고 개탄해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이번 봉은사 찬양 논란과 관련해 “신앙의 진리를 양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종교를 정복한다든가 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 교회에서는 이번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동을 꾸짖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우리는 다종교 국가이지 신정국가가 아니다. 그걸 유튜브에 올린 것도 무슨 자랑인가”라고 반문하고 “기독교는 사랑과 공존이지 정복주의여서는 안된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회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26일 정오 서울 종로 3가 조계사 앞에서는 문제의 동영상 유포와 관련, 한 기독 청년의 사죄 행사도 열렸다. 청년은 행사에 앞서 올린 글에서 “봉은사 땅밟기 UCC 일부 기독인의 망동,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참담한 마음, 밤새 사죄하며 왜 이렇게까지 한국 개신교회가 망쳐졌는지…예수쟁이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기만 합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김성원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