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 + 수익성’ ELD 인기 날개 달았다

입력 2010-10-26 17:47


은행 예금과 적금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여기에 적당한 수준의 이자가 붙으면 대만족이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자금은 안전한 곳을 찾아 은행 예·적금과 채권으로 몰렸다. 수익률이 위험자산보다 떨어져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연일 추락하고, 증시는 상승세를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인 금리 때문에 은행 예·적금에 돈을 묻어두기에는 손실이 커진 셈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안전성과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내놓는 ELD 상품의 분기별 판매액은 이미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신한·하나·기업·외환·산업은행 등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은 올 들어 판매액이 지난 7월 29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안전성과 수익성이 만났다=ELD는 기본 성격이 예금이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다. 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한다. 이어 여기서 나오는 이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가지수와 연동한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원금은 저수익 안전자산에 이자는 고수익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셈이다.

보통 1년이 만기이고, 만기 때 받는 수익률은 대부분 코스피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만기 때 코스피지수가 미리 정한 조건에 해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만기가 6개월인 ELD도 있다. 단 ELD는 중도해지를 하면 원금 보장이 안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D는 기본적으로 보수적 자산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에 맞춰 개발된 상품이다. 주식 관련 상품처럼 높은 고수익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평균 수익률만 놓고 보면 2∼3%대인 정기예금보다 높은 4∼8% 정도를 기대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LD는 고정된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거둔 수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0%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 같은 ELD가 아니다=같은 은행에서 파는 ELD라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크게 상승형, 하락형, 무제한 상승형, 박스형(양방향형), 개별주식연동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승형은 연계한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에 은행이 제시한 상한선 범위 내에서 오를 때 일정 비율로 수익을 준다. 하락형은 반대로 은행이 제시한 하한선 이내로 주가지수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는다. 박스형은 주가지수가 떨어질지 오를지 판단이 힘들 때 선택할 수 있다. 주가지수가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기만 하면 무조건 수익을 주는 것이다.

주가지수 움직임과 엇갈리는 유형의 ELD를 선택하면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ELD가 박스권 장세(주가지수가 정체하면서 큰 변동 없이 움직이는 장세)에서 높은 수익률이 나오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낮은 수익률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형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을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은 안정수익추구형, 상승수익추구형, 상승낙아웃형, 하락수익추구형 등 4가지로 나뉜다. 안정형은 만기 시점에 코스피 200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오르기만 하면 연 5.4% 금리를 준다. 상승형은 만기 시점의 코스피 200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 이상이면 연 6.9%를 받을 수 있다. 하락수익추구형은 지수가 하락할 때 연 5.9% 금리를 준다.

상승낙아웃형은 만기 시점에서 주가지수 상승률이 가입 시점 대비 0∼20%일 경우 지수 상승률의 63%를 수익으로 준다. 최대 연 12.6% 수익이 가능하다. 다만 예금을 든 기간 중 주가지수 상승률이 한번이라도 20%를 초과하면 수익률은 연 4.0%로 확정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각 유형이 갖는 특징과 조건을 잘 살펴본 뒤에 가입해야 한다”며 “은행은 ELD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총 판매액을 정하고, 통상 5∼10일 정도 기간에만 팔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