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가득한 근대 유럽의 열정과 고독… ‘피카소와 모던 아트’展 개막
입력 2010-10-26 21:20
19세기 말∼20세기 후반 서양미술의 흐름은 모방과 재현에서 벗어나 감정과 정서적 느낌으로 예술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트 뭉크는 1889년 이른바 ‘생 클루 선언’을 통해 “더는 남자가 책을 읽고 여자가 뜨개질하는 장면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숨 쉬고 느끼고 고통받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인간을 그릴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26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카소와 모던 아트-열정과 고독’은 당시 주관(主觀)을 강조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는 전시다. 오스트리아 빈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2007년 헤르베르트&리타 바틀리너 미술재단으로부터 영구임대 받은 3000여점의 작품 중 클로드 모네의 ‘장미 정원’ 연작부터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까지 작가 39명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121점이 출품됐다.
파블로 피카소의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슈미즈 차림의 젊은 여인’, 앙리 마티스의 ‘패럿 튤립’, 마르크 샤갈의 ‘모성’, 에밀 놀데의 ‘달빛이 흐르는 밤’, 바실리 칸딘스키의 ‘풍경습작’, 키스 반 동겐의 ‘푸른 눈의 여인’, 폴 시냑의 ‘앙티브의 탑들’ 등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뭉크의 풍경화나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고대 이집트의 부조 같은 느낌으로 제작한 흉상 조각, 인간의 절망적인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피카소의 에칭 등 국내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도 전시된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여인의 누드’, 오토 뮐러의 ‘숲 속의 소녀’ 등 독일 포현주의 화파인 ‘다리파(Die Bruecke)’ 화가들의 미공개 드로잉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피카소를 전시 제목에 내세우긴 했지만 피카소가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알브레히트 슈뢰더 알베르티나 미술관장은 “피카소를 언급하지 않고는 20세기 미술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작가이기에 전시 제목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 일반 1만1000원(02-757-300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