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정유미 열연 ‘조금만 더 가까이’… 고장난 사랑, 5가지 이야기
입력 2010-10-26 17:32
“너 때문에 나, 연애불구야.” 은희(정유미)가 현오(윤계상)에게 절규하듯 외친다. 헤어진 연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울부짖는 정유미의 처절한 연기가 안쓰럽지 않을 리 없다. ‘고장난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증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종관 감독의 ‘조금만 더 가까이’ 이야기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폴란드 사람 그루지엑. 아무 번호나 되는 대로 눌러 한국의 한 카페에 전화를 건다. 들리는 건 낯선 여자의 목소리. 그루지엑은 전화 속 여자에게 떠난 연인 ‘안나’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시작한다. 전화를 받은 여자 효서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준다.
세연과 영수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새 연인이 생긴 현오는 문득 옛 여자친구 은희와 마주친다. 현오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은희의 존재가 괴롭다. 이처럼 5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맞대어져 사랑과 연애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5가지 이야기 모두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 특히 윤계상과 정유미의 호연이 돋보인다. 두 사람은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도 대사와 표정, 몸짓만으로 이별한 연인의 정서를 대변해냈다. 매달리는 사람과 뿌리치는 사람, 과거에 머무른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사람. 외모로만 승부하는 20대 여배우들 틈에서 정유미의 존재는 분명 특별하다. “오늘 같이 있자”, “난 너한테 잘했어” 라고 말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옛 애인에게 짜증을 내던 현오는, 막상 은희가 택시를 타고 떠나버리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누리꾼들에게서 ‘홍대 여신’이라 불리고 있는 요조도 이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윤희석과 커플로 분해 오래된 친구와 연인 사이의 감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가수 역할을 맡았다.
‘사랑’이란 아무리 되풀이하더라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다섯 개의 다른 이야기가 저마다 꼬불대며 하나의 장편을 완성하는 형식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미화나 과장을 덧붙이지 않은 설정 덕에 멜로 영화에서 흔히 경험하는 ‘손발 오그라드는’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낙엽만큼이나 쓸쓸한 여운이 가슴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지극히 사실적인 대사와 장면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된 여백은 지나치게 꾸밈이 없다. 108분의 상영시간이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18세가. 28일 개봉.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