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주회의, 정부의 환율 개입 줄여… 강만수式 고환율정책 끝?

입력 2010-10-25 09:55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경주회의가 정부의 환율 개입 여지를 줄임으로써 사실상 현 정부 초기 경제팀이 주도한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은 막을 내리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원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우리나라가 이번 경주선언을 이끈 만큼 정권 초기와 다른 ‘저환율(원화가치 절상) 감수 시대’를 맞이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경주회의의 핵심은 각국이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이전 G20 회의의 ‘시장친화적’ 용어보다 훨씬 진전됐다”고 자찬할 만큼 환율 움직임을 시장 위주로 맡기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수출기업 보호를 위해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던 정부의 시도는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주회의가 그동안 경제팀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편 고환율 선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몸담은 현 정부 1기 경제팀의 고환율을 위한 노골적인 구두개입 등은 앞으로 보기 힘들 전망이다.

강 전 장관은 그동안 여러 강연과 간담회를 통해 고환율 선호 의사를 뚜렷이 표출했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중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업무는 환율정책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 추세를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취임 직전 달러당 950원대를 오르내리던 환율은 강 전 장관의 고환율 시그널에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2008년 1500원 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25일 “경제팀이 과거처럼 강도 높게 시장에 개입한다면 G20의장국의 위상을 스스로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 정부 2기(윤증현 장관) 경제팀이 1기 경제팀 정책을 용도폐기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출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0%까지 차지하는 우리나라가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경상수지가 흑자인 상황이어서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경제위기 혹은 기업 채산성이 악화될 때 정부가 마냥 손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강만수-최중경 라인의 노골적인 개입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환율의 방향성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파인튜닝(미세개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