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한 SSM 규제법안 처리 불발
입력 2010-10-25 21:54
재래시장 반경 500m 안에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의 국회 처리가 25일 불발됐다. ‘예산 국회’ 첫날부터 여야 합의가 깨짐으로써 예산안은 물론 각종 민생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SSM의 위탁형 가맹점을 규제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확실한 합의 이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의총에서 유통법과 상생법 동시 처리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지난 22일 유통법을 이날 처리한 뒤 정기국회 회기 중 상생법을 순차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었다.
민주당은 표면적인 합의 파기 이유로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상생법 반대와 중소기업청의 SSM 시행지침 미비를 내세웠다. 상생법에 대한 정부 내 혼선이 정리되지 않은 데다 상생법 시행 전까지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 SSM 신규 가맹점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 신규 가맹점이 대거 인허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자유무역협정(FTA) 특위 간담회에서 상생법과 관련, “유럽연합(EU)과 분쟁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법은 재래시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통 보존을 근거로 EU를 설득할 수 있지만 지자체가 가맹점 인허가를 결정하는 상생법은 비관세장벽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소상인의 대변자처럼 행세했던 민주당이 지도부 내 계파 힘겨루기를 하다가 합의를 파기했다”며 “조속히 합의를 이행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정부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생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유통법 처리 보류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당 안팎의 반발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특정 재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데 외교통상본부가 홈플러스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도 민주당의 순차 처리 결정을 비난했다.
연내 SSM 규제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쟁점 법안이 몰리는 다음달 말쯤 SSM 규제 법안 2건을 모두 통과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유성열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