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쌍용화재 인수 직후 금감원 팀장 흥국 감사로
입력 2010-10-25 21:56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25일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과련,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과 퇴계로 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전 10시30분쯤 두 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퇴계로 지점은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 본사 옆에 있다. 비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대여금고가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의 어머니인 이 상무가 대여금고에 비자금 관련 회계자료를 숨겨 놓았다는 진술을 확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은 신한은행 본점에도 수사관을 파견해 영장을 제시하고 이 회장 측의 은행 거래 자료 등을 넘겨받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비자금 규모와 성격 등을 확인한 뒤 다음 달쯤 이 회장 모자(母子)를 소환할 계획이다.
이 회장 일가는 현금과 차명주식, 무기명 채권 등 형태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 상무의 서울 장충동 자택과 외환은행의 서울시내 모 지점 대여금고를 뒤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현 흥국화재)를 인수한 직후인 2006년 초 금융감독원 권모(48) 팀장이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감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는 당시 금감원 은행감독국에 근무하다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 한 달 뒤인 2006년 2월 흥국생명 감사위원으로 영입됐다. 보험사나 은행의 감사위원은 거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로 통상 부국장급 이상이 영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태광그룹은 2006년 당시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과거 보험업법 위반 사실 때문에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을 갖추지 못하자 태광산업을 통해 ‘우회’하는 전략을 써서 인수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우회 인수’를 눈감아줬고,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열흘 만에 끝난 점도 의혹을 받고 있다. 태광산업은 2008년 6월 쌍용화재를 흥국생명에 매각했다.
권씨는 이에 대해 “(감사위원 영입이 인수 성사에 따른 대가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나는 보험 쪽이 아닌 은행 쪽 업무를 맡고 있었다”며 “태광의 쌍용화재 인수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과 대학 동기이긴 하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2008년 9월 권씨 후임으로 금감원에서 보험사 검사 업무를 맡았던 이모(55)씨를 영입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