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자금 파문] 박해춘 행장 동생 계열사 사장 발탁… 대출 로비 맡겼나
입력 2010-10-26 00:15
검찰의 C&그룹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퇴출 직전까지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2004년에 우리은행이 만든 사모펀드(PEF)가 우방 지분을 인수했다가 2006년 매각하는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었는지, 또 2006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인 2008년까지 부당대출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우리은행은 펄쩍 뛴다. 부당대출이 있을 수 없고, 대출 등에서 외부 입김이나 내부 고위임원 압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김’ 작용했나=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두 달 전인 2008년 10월 C&그룹이 금융권에 진 빚은 1조305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2274억원(담보대출 1635억원, 신용대출 639억원)을 차지했다. 계열사별로는 C&중공업 1367억원, C&우방랜드 85억원, C&구조조정 800억원, 기타 22억원 등이었다. C&중공업은 C&그룹이 조선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2006년 설립됐으나 불과 2년 만인 2008년 12월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C&중공업에 2006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대출을 해줬다. 검찰은 이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C&그룹이 2007년 C&중공업 사장으로 당시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동생인 박택춘씨를 발탁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2007년 3월 취임해 이듬해 6월 퇴임했다. 검찰은 C&그룹이 택춘씨를 통해 대출 로비를 벌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택춘씨가 C&그룹 계열사인 C&진도 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부당대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대출 승인은 여신협의회를 거치는데 외압이라든지 경영진의 대출 요청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신협의회 의장은 여신 담당 부행장이고, 나머지 부행장이 회원으로 참석해 심사를 한다.
우리은행은 2008년 12월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 C&중공업 여신 가운데 1268억원을 회수했다. 우리은행 여신담당자는 “선수금환급보증서(RG)를 바탕으로 메리츠화재에 재보험을 들어 대신 변제를 받았다. 또 담보 매각으로 빚을 돌려받았고 나머지는 상각 처리했다”고 말했다.
◇우방 지분 인수 여전히 논란=우리은행은 2004년 말 국내 은행권 가운데 처음으로 사모펀드(PEF)인 ‘우리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출범시켰다. 이 PEF는 같은 해 12월 쎄븐마운틴그룹(현재 C&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구지역 건설회사인 우방을 인수했다. C&그룹은 지분 55%를 인수했고, 우리은행 PEF는 420억원을 출자해 지분 31.94%(840만주)를 사들였다.
우리은행은 우방에 감사·이사를 보내기로 C&그룹과 합의했다. 2005년 3월 우리은행 영업본부장 출신인 김모씨와 임모씨는 우방의 이사와 감사로 임명됐다.
문제는 우방 지분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C&그룹 측이 제시한 ‘좋은 조건’이었다. C&그룹 측은 우리은행에 풋옵션(약속한 날에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제공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PEF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편법 대출이라고 지적한다. PEF는 기업에 출자를 해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 구조조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매각 차익을 얻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런데 우리은행 PEF는 풋옵션을 붙여서 사실상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약속한 날짜에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우리은행은 2005년 7월 PEF를 해산했다. 우방 지분은 2006년 3월 모두 매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 매각으로 연 37% 투자 수익률을 올렸을 정도로 좋은 투자였다”며 “2005년 금융감독원에서 PEF에 대해 검사를 했는데 위법이나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