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자금 파문] 인수대상 기업 자산 팔아 자금 조달 차입매수 통해 연쇄 M&A

입력 2010-10-25 18:18

임병석 C&그룹 회장은 사세를 키우면서 불법성이 짙은 기업 인수·합병(M&A) 방식을 동원했다. 주된 방식은 차입매수(LBO)였다.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 등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인수 후 해당 기업의 자산을 팔아 되갚는 식이다.

2006년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효성금속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그룹 계열사인 C&진도는 금융권에서 110억원을 대출받아 인수자금으로 썼다. C&진도는 인수 1개월 뒤 효성금속 소유의 400억원대 부동산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나머지는 다른 기업 인수자금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건설업체 우방(현 C&우방) 인수과정도 비슷하다. 임 회장은 우방의 회사채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조달했다. 구체적 사례마다 다르지만 법원은 이런 방식의 M&A를 대체로 불법이라고 판단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25일 “C&그룹의 M&A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재산을 유용한 측면이 있어 횡령 또는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효성금속 인수행위에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LBO 방식에 따른 인수·합병이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2007년 한일합섬을 LBO 방식으로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M&A 전문가는 “LBO가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악의적으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사용돼 주주와 회사에 얼마나 큰 손해를 줬는지가 위법성을 가리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M&A에 정통했던 임 회장도 재무상태가 부풀려진 기업을 속아 인수한 적이 있다. 2005년 그룹 계열사인 C&진도는 중견 해운업체인 동남아해운을 260억여원에 인수했다. 2004년 재무제표 상으론 자산 777억여원, 당기순이익 68억여원의 건실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인수 후 실사를 해보니 동남아해운 경영진이 2002∼2004년 재무제표를 조작해 118억원을 분식회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 회장은 동남아해운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90억여원을 돌려받았지만 부실 때문에 그룹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