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정부, 대기업에 ‘상생’ 옥죄기
입력 2010-10-25 18:26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그룹) 총수들의 인식 전환이 없으니까 중간에 간부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정책의 확대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그룹 총수들의 역할과 인식 전환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동참을 재차 호소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기업 총수들의 사고방식부터 잘못돼 있다는 훈계로 비쳐질 정도로 수위가 높은 발언이다. 지난달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12개 대기업 총수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도 높게 주문한 데 이은 것이다.
간담회에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지난달 청와대·기업총수 간담회에 불참한 대기업 오너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배석했다. 최 장관은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달라”면서 “정부는 그에 맞춰 세액공제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들은 상생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건의사항을 잊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 영역보호 제도와 관련해 신중하게 대상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대기업이 진출해 오히려 파이가 커지면, 그게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고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기업들에 대한 검찰수사나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한창인 요즘 상황 때문인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 롯데 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롯데건설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와 관련,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