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상위 30% 모집 제한은 위법”
입력 2010-10-25 21:47
자율형 사립고 지원자격을 성적 상위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광주지법 민사10부(부장판사 선재성)는 25일 광주 K중 3학년 김모(15)군의 부모가 학교법인 보문학숙을 상대로 낸 신입생 모집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측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군이 중학교 내신 석차백분율 42.8%로 보문학숙의 2011학년도 자율형 사립고 신입생 모집 지원자격(상위 30% 이내)을 갖추지 못했지만 원서 접수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김군은 원서 접수 마감 시각인 오후 5시까지 원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자율형 사립고 설립 목적에 따라 자기 주도형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일정한 제한은 인정되지만 상위 30%로 제한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며 “특히 서울은 상위 50%로 제한하고 지방은 30%로 차별하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학교 측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지원자의 성적을 제한할 수 있지만 상위 30%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고 능력에 따라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이 가처분 신청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방의 자율형 사립고 모두가 성적 상위 30% 이내로 지원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유사 소송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와 해당 학교 등이 함께 지원자격에 성적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한다면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지 등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학재단이 많은 법정부담금을 내면서 자율고 지정을 받은 것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싶기 때문인데 그런 인센티브가 없다면 누가 자율고를 하려 하겠느냐”며 “대책은 논의하겠지만 신입생 모집은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교과부 훈령에 따르면 자율형 사립고 전형은 일반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나눠 실시하되 일반전형은 중학교 교과성적 일정기준(특별시는 성적 상위 50∼100% 이내, 광역시·도 30∼100% 이내) 학생 중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돼 있다. 서울 27개, 광주 3개 등 전국 49개 자율형 사립고는 이 기준에 따라 서울 소재 학교는 상위 50% 이내, 다른 시·도는 상위 30% 이내 등 기준의 최고치를 적용해 신입생 지원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광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