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에 매몰되는 예산심의 안 된다

입력 2010-10-25 17:52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놓고 어제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산전쟁’이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예산안은 매년 여야 간 치열한 공방으로 법정시한 내에 처리된 적이 드물지만 올해는 특히 4대강 예산을 둘러싸고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심의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총리를 통해 전한 시정연설에서 4대강 사업의 임기 내 완공 의지를 재차 밝힌 데 이어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에 한 치의 양보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두언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사업만큼은 예산국회에서 절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의 반대여론이 높은 점을 강조하며 4대강 예산을 민생으로 돌리기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설 방침임을 거듭 천명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예산심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흔히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우리 국회와는 거리가 먼 사치스러운 표현이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밀어붙이고, 한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반대하니 타협점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 전망이다. 논리도 빈약하다.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속전속결로 공사를 진행하고는 공정률이 이미 중단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야당은 마치 4대강 예산이 내년 예산안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하고 법적으로 불가능한 국민투표까지 들먹이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예산심의는 국회의 기능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특정 이슈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안건들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처리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야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자세를 버리고 양보와 타협의 미학을 연출해 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국회의 모습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9일 4대강 사업 현장 시찰에 나서는 모양이다. 자기 당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만 보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현장을 살펴보기 바란다. 다녀와서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요량이면 굳이 예산을 낭비하며 현장에 갈 이유가 없다.